삼성·SK 등도 부분적 시행...단위 근무시간 채우면 금요일 쉬거나 출퇴근 자유롭게…직원들 호응 높아
[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기업들의 주 4일제 근무 도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포스코가 철강업계 최초로 '격주 주 4일제'를 시행하기로 하는 등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시대에 맞춘 기업들의 근로시간 단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가 오는 22일부터 국내 철강 업계 최초로 ‘격주 주4일제’를 시행한다. 2주간 총 80시간의 근무 시간을 채우면 2주차 금요일에 통째로 쉴 수 있는 제도다.
19일 포스코에 따르면 이 같은 격주 주 4일제는 상주 사무직을 대상으로 오는 2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현재 포스코 직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오후 5시 주 평균 40시간을 근무한다. 일부 직원들은 시간선택제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다소 조정할 수 있다.
새로 도입된 격주 주4일제에 따르면 2주 동안 하루 1시간 이상 추가로 일해 80시간의 근무량을 채우면 2주차 금요일에는 쉴 수 있다. 가령 월요일인 오는 22일부터 목요일인 다음 달 1일까지 80시간을 근무했다면 금요일인 다음 달 2일은 휴무가 된다.
다만 포항·광양제철소 내 교대 근로자들은 기존 4조 2교대 근무를 유지한다. 이번 제도 도입으로 포스코 직원들은 2주에 한 번씩 목요일 저녁 퇴근한 이후부터 일요일까지 연속으로 휴가를 가거나, 개인의 삶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포스코는 이처럼 격주마다 생기는 ‘3일 연휴’를 활용해 직원들이 쉬거나 자기 계발 활동을 펼친다면 업무 집중도와 창의성, 생산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포스코는 근무제도를 개선해 일과 삶의 균형을 확대하고, 유연 근무제를 원하는 젊은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켜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자율과 책임’ 중심의 일하는 방식도 정착시킬 예정이다.
'워라밸 시대' 고민하는 기업들…속속 등장하는 '주4일제'
다른 주요 기업 가운데서도 이와 비슷한 '부분적 주 4일제'를 이미 도입한 곳이 있다.
삼성전자는 노사 협의를 거쳐 지난해 6월 월 필수 근무시간을 충족하면 매월 1회 금요일에 휴무하는 '월중휴무' 제도를 신설했다.
4조 3교대 근무 생산직 등을 제외한 직원들은 매달 급여일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쉴 수 있다. 시행 후 약 7개월이 된 현재 월중휴무제에 대한 직원들의 호응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2019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SK㈜,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주요 관계사에서 월 1∼2회 금요일에 휴무하는 주 4일 근무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SK텔레콤은 매월 둘째·넷째 주 금요일에 휴무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 중이며, SK하이닉스도 같은 이름으로 매달 1회 금요일에 재충전 기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LG그룹은 아직 주 4일제를 제도로 도입하지는 않았으나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부서장 재량으로 운영 중이다. 부서장 재량에 따라 근무 시간 주 40시간을 채우고 사전에 협의하면 근무일을 조정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는 주 4일 근무도 가능하다.
건설업계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또는 유연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월∼목요일 30분씩 더 근무하고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제도를 몇 개월 전부터 시행 중이다. SK에코플랜트 본사 직원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전 10시∼오후 4시 근무시간만 지키면 나머지 시간은 알아서 운용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코어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격주로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30분 일찍 퇴근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 따라서는 업종 특성상 주 4일제 도입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자동차와 조선 관련 업종 대부분은 주 4일제를 시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현대자동차 새 노조는 주 4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노사 협의 등이 필요한 만큼 현재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조선업계도 일부 사무직에 한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지만 당장 주 4일제 도입 자체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격주로 주 4일제를 시행키로 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여러 여건상 국내 제조 기업이 주 4일제를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