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정치권에서 연일 은행에 국민과 상생해야 한다는 공세가 나오는가운데, 은행권에서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내놨다.
5대은행은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약 187만명의 개인사업자에게 '이자 캐시백'을 시행한다. 대상자는 1인당 평균 85만원을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같은 상생금융 기조가 은행의 실적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민생금융 전체 지원액을 확정했다.
지난해 말 20개 국내 은행과 당국은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상생금융)'을 시행키로 했다.
5대 은행은 올해 소상공인·자영업자와의 상생 및 동반성장을 위해 1조5251억원을 지원한다. 이는 전체 지원액의 7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721억원, 3067억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은 각각 3557억원, 2758억원, 2148억원의 민생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상생금융 분담금은 2023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바탕으로 산출됐다. 은행별로 10~13%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생금융에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상생금융 재원 2조원 가운데 80%인 1조6000억원은 은행별 공통 프로그램인 개인사업자 대출 이자캐시백에 쓰인다. 나머지 4000억원은 취약계층을 위한 자율 프로그램에 사용된다.
공통 프로그램은 이자캐시백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손님(부동산임대업 제외)을 대상으로 지원한다.
대출금 2억원 한도로 금리 4% 초과 이자 납부분에 대해 1년간 이자 납부액(대출기간 1년 미만인 손님의 경우 2024년 납부 예정이자를 포함)의 90%까지 최대 300만원의 캐시백을 신속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약 2194억원 규모의 이자캐시백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1분기 내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 캐시백 금액을 직접 입금해 주는 방식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또한, 하나은행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약 1363억원 규모의 자율프로그램 계획을 1분기 중 수립해 연내 단계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자캐시백 외에 자율프로그램에 873억원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관련 보증기관 출연 확대(530억원), 학자금대출 이자 캐시백(233억원), 소상공인 대상 스마트 결제기기(60억원), 채무조정 전용 서민금융 신상품 출시 및 금리 인하(30억원), 서민금융대출 이용 고객 금융비용 경감 지원(20억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은행권의 상생금융 방안에 윤곽이 나오면서, 과거에는 없었던 막대한 사회적 책임 비용으로 실적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실제로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4대 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의 2023년 4분기 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53.4% 감소한 2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상생금융 관련 비용이 지난 4분기에 합산 기준으로 1조700억원 반영될 것을 가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에 지출될 상생금융 재원이 1조원이 넘을 전망인 만큼 올해 역시 은행권의 실적이 뒷걸음질 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