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삼성가 세 모녀가 삼성전자 주식 등을 2.8조원에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한다. 이 가운데 2조1700억원어치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성공했다.
홍라희 전 삼성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지금까지 지급한 상속세는 약 6조원을 넘긴다. 이번 블록딜로 2조8천억원을 조달하면서 사실상 상속세 부담은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11일 투자업계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전자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지분 총 2조1900억원(2982만9183주) 규모를 블록딜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세 모녀는 삼성전자 지분 총 2조1689억원어치를 블록딜 형태로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할인율은 10일 종가인 7만3600원 대비 1.2% 할인된 가격인 주당 7만2716원에 형성됐다.
주관사 측은 2%대 할인율을 목표로 블록딜에 돌입했지만 매각 규모의 7~8배에 달하는 15조원 이상의 기관투자가 수요가 몰리면서 낮은 할인율로 전량 매각에 성공했다. 이번 블록딜에선 골드만삭스·씨티·UBS·JP모간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이 밖에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0.65%), 삼성에스디에스(1.95%), 삼성생명(1.16%)의 일부 지분도 블록딜 형태로 매각한다. 매각 규모는 약 6400억원 수준이다. 세 모녀는 이번 매각을 통해 총 2조8000억원치 주식을 매각 추진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 사람은 홍라희 전 관장이다. 홍 전 관장은 총 1천932만4천106주를 매도해 약 1조4천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이부진 사장은 1천729억원, 이서현 이사장은 5천835억원을 조달한다. 이외에도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SDS 지분 매각으로 여기에 약 5천350억원 정도를 추가한다.
이번 블록딜이 중요한 이유는 삼성 총수 일가의 상속세 부담이 대폭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전 관장의 상속세는 약 3조1천억원,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부담은 각각 2조6천억원과 2조4천억원으로 알려졌다. 그간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을 활용해 기납한 세금 약 6조원을 제외하면 이번 블록딜이 사실상 마지막 단추나 마찬가지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서현 이사장의 경우 지난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SDS 주식 전량을 매각한 바 있다. 앞서 2021년 말에는 삼성생명 주식을 2천300억원가량 팔았다.
매각 자금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유족에 남긴 상속 재산 26조원어치에 상응하는 상속세 약 12조원을 납부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여진다.
세 모녀의 상속세 부담이 거의 해소됨에 따라, 관전 포인트는 이재용 회장으로 넘어간다. 이재용 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총 2조9천억원이다.
그동안 이 회장은 지배력 유지를 위해 보유 지분 활용을 최소로 했다. 대신 2021년 받은 신용대출 및 삼성 계열사 배당 소득 등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수령한 배당금은 세전으로 매년 약 3천600억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