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작년 2월부터 이어진 8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소비자물가의 상승률이 지난해 8월 3%대로 올라선 뒤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지속하는 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다는 점은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고조됨에 따라 금리 동결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오전 한은은 올해 여덟 번째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어 8회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p) 올린 이후 10차례에 걸쳐 3%포인트(p) 빠르게 인상하다가, 작년 2월부터 금리 인상을 멈췄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예상돼 왔다. 아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선에서 내려오지 않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사실상 금리 인상도 선택지에 있었다.
하지만 한은이 이날 8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한 데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 등 국내 금융 불안이 커져서다.
한은은 우선 금리를 묶어두고 물가와 가계부채 증가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향방 등을 관망한다는 복안이 깔린 건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현재 최종금리 수준에 와 있다”며 추가 긴축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한 그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대한 적절한 시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연준이 ‘피벗’(정책 전환) 논의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물가는 추세적으로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7월 2%대로 낮아졌다가 8월(3.4%), 9월(3.7%) 10월(3.8%) 3개월 연속 상승폭을 키웠다.
은행권 대출이 건설·부동산 업종을 위주로 증가하면서 건전성 지표도 악화하고있다.
한은의 '업종별 대출 집중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업의 집중도는 3.3으로 5개 업종(부동산업·건설업·숙박음식·도소매·제조업)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전체 금융기관의 건설업·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1.75%로 전년 동기(0.72%) 대비 2.4배 급등했다.
한편 금융권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 한은 금통위는 오는 2월22일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3분기부터 한은 금통위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