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발에 증거와 관여 정도 종합적 고려할 것"…재계 입김에 제도개선 '포기' 비판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행위에 관여한 총수 일가를 원칙적으로 고발하려는 지침 개정이 재계 반발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행위 고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지침'을 개정해 2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당초 행정예고 안의 핵심 내용이었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법인의 사익편취 행위에 지시·관여한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같이 고발한다'는 내용이 제외됐다.
지침상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규정 관련 고려 사항에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중소기업 또는 소비자 등에 미친 피해 정도' 가 추가됐다.
기존 고려사항 중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과 무관한지 여부'는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으로 수정됐고, '조사 협조 여부'는 '조사·심의 협조 여부'로 변경됐다.
고발 관련 고려 사항이 일부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원안과 다름없다는 평가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들의 불안함이 있는데 오해할 살만한 문구를 굳이 넣어 강행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있었다"면서 "증거와 관여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특수 관계인 고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고발 지침에 관련 내용을 담지 않더라도 실무적으로는 대법원 판례를 반영해 법을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3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재판에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오너의 직접적인 지시 증거가 없는 경우더라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법 해석을 내놨다.
공정위는 이 같은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고발 지침 개정에 나섰고, 지난 10월 총수의 직접적인 지시·관여 여부를 주로 따지는 '중대한 위반'이라는 문구를 없애는 방향의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 이후 재계는 관여 여부에 대한 명백한 입증 없이 특수관계인을 원칙적으로 고발하는 것은 상위법인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고 반발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공정위는 건의 사항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고발 지침 개정이 사실상 무산되는결과가 나오면서 경제계 입김에 지침 개정을 포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