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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의 도래(到來), 기술 혁신으로 돌파하라
저성장 시대의 도래(到來), 기술 혁신으로 돌파하라
  • 나병문
  • 승인 2023.11.0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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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최근 발표된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서방 주요 7개국(G7) 간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G7의 일원인 이탈리아를 추월하며 잠깐이나마 우리 어깨에 힘이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21년에 재역전을 허용하더니, 작년엔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 35,990달러를 기록하여 이탈리아에 무려 1천700달러 이상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격차는 지난 몇 년간 성장이 부진한데다 고물가에 원화 가치마저 떨어진 탓이다. 올해 성장률이 이탈리아를 다소 웃돌 거라는 예상이 맞아떨어진다 해도, 원화 가치가 유로화보다 더 떨어지면 양국 간 격차를 좁히는 게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탈리아가 G7 가운데 소득이 가장 낮은 나라임을 고려하면, 여타 G7 회원국과의 비교는 무의미해 보인다. 문제는 그 같은 현상이 단시일 내에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291.95원으로, 2021년 대비 12.89% 절하(가치 하락)됐다. 최근의 환율 환경이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경기 침체기’라고 진단하면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또 “지난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는데, 중국 경제와 중동 사태에 따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더하여 예기치 못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지는 등 복잡한 대외 변수를 고려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최악의 상황은 아니며, 미국을 제외한 여타 선진국들보다 양호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극단적인 비관론을 경계했다.

압축성장 시대의 종언(終焉),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때

돌이켜보면, 최빈국의 상징이었던 우리나라는 매우 짧은 기간 내에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일제에서 해방되고 얼마 되지 않아 동족 간의 전쟁을 치르면서 나라 살림이 극도로 피폐해졌지만,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앞만 보고 달린 덕에 1977년에 1인당 GDP 1천 달러를 달성했다. 그 후로도 10여 년 동안 연 10% 전후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고도성장기를 구가했다(1980년 제외). 마침내 1994년 1인당 GDP 1만 달러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이는 지구촌 전체를 통틀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눈부신 압축성장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고도성장의 막은 내리고 서서히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물론 국가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건 당연하며, 그것은 다른 선진국들도 이미 겪은 과정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너무 가파르게 추락한다는 데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에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을 통하여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5%에서 올해 3.0%, 내년 2.9%로 둔화한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그보다도 훨씬 낮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전까지 세계는 저물가, 저금리 환경에서 번영을 구가했다. 하지만 그런 호황은 이제 종말을 고했다. 바야흐로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의 ‘새로운 체제(new regime)’로 재편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가 ‘전시(戰時) 체제’로 돌입하면서 글로벌경제 전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쟁의 여파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몰려온 탓에 가계와 기업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자금 조달도 어려워졌다. 미국 같은 기축통화 보유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통화가치를 유지할 수 있지만, 환율 변동성에 취약한 우리나라는 곧바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은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격차 기술력 확보로 제2의 도약 이뤄야

현대경제연구원의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제의 기초 체력을 높이기 위한 노동·자본 등의 양적 생산요소 확충이 시급하고, 동시에 기술·인적자본 등의 질적 생산요소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기술과 품질은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본원적 경쟁력이다. 시대가 변해도 기술 선도는 최고의 가치이며 품질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다."라고 역설했다.

알다시피, 이웃 나라 일본도 1991년 이래 장기불황을 겪었다. 사람들은 일본이 금융권 부실 채권 증가로 무너졌다고 알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그들은 1990년대에 들어 급격하게 발전하는 정보 기술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기존의 패러다임에 안주한 탓에, 새로운 기술 경쟁 시대에서 승기(勝機)를 놓친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때 입은 타격을 회복하느라 고전하는 중이다.

우리는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며, 그들의 실패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몇몇 분야에선 이미 일본을 앞섰다. 거기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술 혁명을 선도해야 한다. 미래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 시대가 될 것이며, 기술력의 우열이 국력의 차이를 결정지을 것이다. 이는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자명(自明)한 이치다.

우리나라가 기술 선도국이 되기 위해선 AI,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등 유망 산업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 분야의 R&D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또한 창의적 인재 육성에 힘써야 한다. 이 땅의 청년들을 한 명이라도 더 걸출한 산업 전사로 키워내야 한다. 경쟁국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마당에 우물쭈물할 겨를이 없다. 지금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한순간에 낙오자로 전락하는 시대임을 잊지 말자.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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