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인 성장률은 재정 풀어 해결할 문제 아냐...IMF, 한국 지지"
[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2%대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모로코 마라케시를 방문 중인 이창용 총재는 12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성장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재정으로 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인구구조 트렌드를 보면 2% 정도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고령화 때문에 점차 더 낮아진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며 "노동시장이라든가, 경쟁 촉진, 여성 및 해외 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할지 개혁하면서 장기적 목표를 2% 이상으로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안마다 이해당사자가 다른데, 구조개혁을 하면 2%로 올라가는 것이고 그 선택은 국민과 정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IMF 아·태국장으로 재임할 때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재정·통화정책보다는 근본적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설파해왔다.
오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물가 전망의 베이스라인은 올해 말 3% 초반, 내년 말까지는 목표 수준(2%)에 근접하게 내려갈 것으로 보면서 정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부터 실거래 테스트에 나서는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에 대해선 "중국이 일찍 시작했지만, 주요 국가에선 우리만큼 내부적으로 연구한 곳이 없다"며 "중국은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민간업체가 커지다 보니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도입한 측면이 있지만, 한국처럼 지급결제시스템이 발전된 나라는 CBDC 도입에 따른 이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CBDC를 빨리했다가, 미국과 유럽이 다른 시스템으로 가면 곤란해질 수 있다"며 "스터디와 파일럿 테스트까지 해보고 어떤 시스템으로 갈지는 미국과 유럽을 보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고금리와 관련해선 "미국이 정책금리를 안 올렸음에도 장기금리가 확 오르면서 충분히 긴축효과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일부의 얘기도 있고, 다른 쪽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미국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환율이나 시장가격 변화를 보면 미국이 한번 더 금리 올리는 가능성에는 시장이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성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정치적으로 영향받지 않고 재정건전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다는 건 다들 인정한다"며 "동시에 한국의 20~30년 이후를 보면 고령화 문제로 재정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세계적으로 다 인정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성장이니까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단기적인 성장률은 재정을 풀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IMF가 한국을 굉장히 좋은 케이스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