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웹소설 플랫폼 운영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모전 당선작의 드라마·영화화 여부와 제작사를 독점적으로 결정하는 '갑질' 계약을 체결했다가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모전 당선 작가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는 공정위가 공모전 저작권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불공정한 계약으로 인해 작가들이 더 나은 조건을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카카오엔터가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하지 않는 경우에도 직접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하거나 제3자가 제작하도록 허락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신인 작가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공모전에서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의 권리를 제한한 것"이라며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포괄적인 양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저작권법령의 취지,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작물 공모전 지침' 등에 배치되고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도 벗어나는 불공정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2018∼2020년 개최한 5개 웹소설 공모전 당선 작가 28명과 연재계약을 맺으면서 웹툰·드라마·영화 등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적으로 부여받는 계약을 함께 체결했다.
보통 공모전 주최 측이 2차적 저작물 작성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갖는 조건으로 계약하는데, 카카오엔터는 한발 더 나아가 독점 제작권을 요구한 것이다. 일부 작가들에게는 해외 현지화 작품의 2차적 저작물 작성 때 '제3자에게 카카오엔터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조건을 설정하기도 했다.
카카오엔터는 28개 당선작에 대해 총 210개 유형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가져갔으나, 그럼에도 작년 11월까지 만들어진 2차적 저작물은 11개 당선작의 16개에 불과했다. 다만 2차적 저작물 제작으로 발생한 수익은 원작자와 배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웹소설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양분하고 있어 공모전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인·무명 작가가 자기 작품을 세상에 낼 기회가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엔터가 너무나 우월적 지위를 가진 상황에서 이뤄진 사적 계약으로 원작자에 불리한 점이 많았다.
이에 공정위는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가장 엄중한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시정명령에 따라 카카오엔터는 향후 3년간 공모전 당선 작가와 체결하는 모든 계약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페이스북 페이지 '아이돌 연구소'의 실소유주임을 밝히지 않고 해당 페이지를 위탁 운영한 혐의(표시광고법 등 위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가 아이돌 연구소에 르세라핌 등 경쟁사 아이돌을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려 '역바이럴' 마케팅을 했는지(공정거래법상 부당 고객 유인)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