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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금감원 도마위에 올려진 메리츠증권의 영업행태들
드디어 금감원 도마위에 올려진 메리츠증권의 영업행태들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3.08.0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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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이화전기 거래중지직전 BW 대량매도한 메리츠증권에 그동안 예비조사후 내주부터 현장검사 실시
메리츠증권의 CB BW 등 메자닌투자 행태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듯. 그동안 '무늬만 투자' 등 말 많아
최근 5년간 메리츠증권이 투자했던 메자닌중 18곳이 거래정지 또는 상장폐지. 무자본M&A KH그룹투자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금융 본사사옥
▲메리츠증권과 메리츠금융 본사사옥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메리츠금융그룹은 과거부터 하이 리스크(High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 영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그 대표 주자로, 돈 되는 곳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먼저 뛰어 들어가고, 고수익을 남긴후 남보다 먼저 빠져 나온다. 이 과정에서 CB(전환사채)BW(신주인수권부사채) 같은 메자닌이나 이름도 생소한 파생결합상품들을 현란하게 잘 동원한다.

그냥 위험만 감수하는게 아니라 담보도 귀신같이 잘 챙긴다. 위험 조짐만 보이면 적기탈출에도 아주 능하다. 다른 금융사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부동산PF 사업에도 가장 먼저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매출과 이익 추이(단위 백만원)
▲메리츠금융지주의 매출과 이익 추이(단위 백만원)

 

회사 규모는 증권업계 8~9위선인데도 부동산PF 등 덕분에 작년에는 증권업계 최대 이익을 올렸다. 올들어 많은 금융-건설사들이 부동산PF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데도 메리츠증권은 아직까지 큰 문제없이 대규모 부동산PF 사업규모를 거의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올 연초에는 부동산PF 때문에 크게 휘청거렸던 롯데건설과 롯데그룹의 지원군으로 나서기도 했다.

많은 은행과 금융그룹들이 고위험성때문에 투자를 꺼렸던 반면 메리츠증권과 메리츠금융지주는 설마 롯데가 망하겠냐며 선순위 9천억원 대출을 과감히 결정했다. 이를 통해 지금도 연 12%가 넘는 초고금리 수익을 챙기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메리츠에 대한 평가는 항상 극과 극이다. ‘미국 월스트리트 방식의 영업 귀재들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무늬만 투자’‘미꾸라지식 영업’ ‘고금리만 보장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채업자나 고리대금업자와 뭐가 다른가등의 비아냥들도 적지 않았다.

돈만 되면 무자본 인수합병이나 주가조작 세력의 조력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았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배상윤 회장의 KH그룹 CB3천억원 가까이 투자하기도 했다.

배 회장은 쌍방울 김성태 회장과 함께 이 분야 대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무자본 인수합병이란 자기 돈은 별로 들이지 않고, 인수한 기업 내부 자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또다시 그 기업 돈으로 또다른 기업을 인수하는이른바 봉이 김선달식인수합병 방식을 말한다.

▲메리츠증권이 지난 5년간 자금을 공급한 거래중지 상장기업 리스트(이용우의원실 제공)
▲메리츠증권이 지난 5년간 자금을 공급한 거래정지 상장기업 리스트(이용우의원실 제공)

 

메리츠증권의 이런 영업행태에 대해 드디어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 움직임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5~6월 크게 문제가 되었던 이화그룹 상장계열사 이화전기에 대한 메리츠증권의 BW 투자였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BW에 투자했다. 지난 5월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 메리츠증권은 주식으로 바꾼 이화전기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가 미공개 내부정보 이용 의혹을 받았다.

어떻게 정보를 미리 알고 절묘한 타이밍에 탈출할 수 있었느냐는 의혹이었다.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절차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조치한 부분이 있고 앞으로도 하겠다"며 본격조사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부터 메리츠증권에 대한 본격적인 현장검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주 점검대상은 메리츠증권의 CB·BW 관련 운용 실태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의 다른 파생금융상품 투자실태 등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메리츠증권의 투자행태에는 문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금감원이 이용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메리츠증권이 CB·BW 투자를 통해 자금을 공급한 기업 중 18곳이 횡령·배임, 부도 및 회생절차, 감사의견거절 등을 이유로 거래정지 또는 상장폐지됐다. 메리츠증권이 18개 기업에 공급한 투자액만 7,800억원에 달한다.

연합인포맥스 보도에 따르면 방위산업 부품업체 휴센텍도 그중 한 곳이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이 회사에 CB 인수자금 500억원을 납입하자마자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채권을 사도록 한 다음 담보로 잡았다.

지난해 휴센텍의 상장폐지 이슈가 불거지자 메리츠증권은 담보권을 행사해 원금을 회수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32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휴센텍은 CB 발행을 통해 500억원을 조달하면서 300억원을 다른 법인 출자에 쓰겠다고 공시했지만 실제로 인수 자금에 쓰이지 않았다고 연합인포맥스는 보도했다.

회사채를 정상적으로 발행하기 어려운 부실기업 또는 준부실기업을 돕는다는 CB투자자금이 실제 기업지원 용도에는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메리츠증권이 고금리수익이나 챙기는 수단이 되어 버렸다는 설명이다.

이용우 의원실이 제공한 18개 기업 리스트를 보면 검찰 수사 중인 KH그룹에도 메리츠증권은 모두 CB투자 형태로, KH건설 500억원, KH전자 250억원,KH필룩스 1,030억원, IHQ 960억원, 장원테크(CB 250억원) 등을 투자했다. KH그룹의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 매각을 전후해 메리츠증권은 이 CB투자건에서도 무사히(?) 투자금 전액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18개 기업중에는 비케이탑스(CB 300억원), 세원이앤씨(CBBW 800억원), 노블엠앤비(CB 300억원) 등의 이름도 보인다. 정상적인 대형 증권사 또는 금융사라면 잘 거들떠 보지 않았을 기업들이다.

최근 문제가 된 이화전기 BW투자와 관련해서도 일각에서는 사모 BW계약을 맺으면서 메리츠증권이 이화전기와 모종의 합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메리츠증권이 이자수익과 일부 주식전환에 따른 차익을 얻는 대신 콜옵션 한도를 60%로 높게 설정해 대주주 입맛에 맞게 채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일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메리츠증권과 이화그룹이 BW발행 전 협상을 통해, 대주주가 노리는 것도 들어주고, 메리츠증권 자신도 고수익-적기탈출 카드를 보장받은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한국거래소는 전·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조회공시를 요구하면서 주식거래를 정지(510)했다. 메리츠증권은 주식거래 정지 직전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고 보유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그 결과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BW400억원을 투자해 18개월 만에 90억원 넘게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은 실제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시점은 지난 420일이기 때문에 김 회장의 구속과 이화전기 매도 결정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메리츠증권의 이화전기그룹 BW매각차익(이용우의원실 제공)
▲메리츠증권의 이화전기그룹 BW매각차익(이용우의원실 제공)

 

올 초 메리츠금융의 롯데건설 지원건도 롯데그룹과 만든 펀드에 메리츠금융은 선순위로 9천억원을 대출하고, 금리는 최소 12% 넘게 받는 형식이었다. 사실상 15%라는 보도도 있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메리츠답게 최대한의 안전판과 고수익 동시보장으로 짜여진 딜이었다면서 당시 웬만한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고금리장사비판 등 때문에 이런 초고금리 딜은 엄두도 못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건 이전부터도 금융당국의 각종 제재를 가장 자주, 많이 받는 증권사들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메리츠증권은 올해 하반기 국민연금 일반거래 평가등급을 직전보다 한 단계 낮게 받기도 했다. 다른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이 대거 한 단계씩 올라간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였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올해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집합투자증권 판매 금지 위반 등으로 기관 경고와 함께 과태료 203,450만원 등의 징계를 받았다.

작년에는 증권사 임직원들이 주식투자 등을 할때는 회사에 신고하고 실명으로 해야되는데도, 신고도 하지않고 다른 증권사에 실명계좌 또는 차명계좌를 터놓고 상장 주식이나 선물옵션 투자를 해온 메리츠증권 전현직 임직원 27명이 무더기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최소 한 번 이상 금융당국으로부터 각종 제재조치를 받아왔다. 작년 1~9월까지만도 공매도 제한 위반 등으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로부터 모두 5건의 각종 제재를 받았다. 2018년에도 5, 20192, 20201, 20214건의 제재를 각각 받았다.

올해 초에는 메리츠증권이 미국 텍사스주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관련 메자닌 대출 펀드를 조성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위법 여부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롯데손해보험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2018년 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함께 이 발전소 운영자금 조달 및 선순위 대출 이자를 상환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메자닌 펀드를 조성했다. 롯데손보는 20192월 약 65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손보 외에도 KDB생명, 교직원공제회, 교원라이프, 교원인베스트먼트, 한국거래소 등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펀드 출자자로 나섰다.

하지만 202012월 발전소의 선순위 대출에 대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고, 20218월 메리츠증권이 운용한 펀드는 기업회생절차를 종료했다. 이에 따라 롯데손보를 비롯해 국내외 메자닌 대출 투자자들은 투자금 전액을 손해보게 됐다.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이 펀드 투자자를 모집 과정에서 사실상 이중담보를 제공했고, 미래 투자 이익에 대해 부풀리기를 하는 등 투자자에 대한 기망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메리츠증권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투자위험에 대해서도 충분히 사전 공지했고, 투자 조건을 바꾸거나 부풀리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의 판정결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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