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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공랭킹 1위 삼성물산 건설, 이제 찬밥 더운밥 안 가리나?
국내 시공랭킹 1위 삼성물산 건설, 이제 찬밥 더운밥 안 가리나?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3.08.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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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가락동 중규모 리모델링 2건 잇따라 수주, 주택업계서 화제...평소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사업
작년까지 3년간 래미안 분양은 단 3건 불과. 작년 신규분양 0... 주택은 삼성물산 전 매출의 3~4% 불과
애물단지 취급서 올들어 갑자기 달라진 배경 놓고 설왕설래...삼성전자 실적 급감, 이재용 회장 배당 관련설 등
▲지난 6월 파리에서 가수 싸이와 악수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연합뉴스 제공)
▲지난 6월 파리에서 가수 싸이와 악수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연합뉴스 제공)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지난달 24일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이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쌍용2차 아파트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국내 주택건설업계는 깜짝 놀라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2015년 이후 삼성물산은 국내 주택건설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다시피 했고, 드문드문 알짜 큰 물건들만 간간이 건드렸다. 그렇게 해도 삼성전자 국내외 공장 건설 등 삼성그룹이 꾸준히 주는 건설 일감이 워낙 많았고, 거기에다 해외 플랜트 공사 등 만으로도 국내 시공능력 1위 지위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락쌍용2차 리모델링사업은 아파트 7개동 565세대에 총공사비 2,667억원 규모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물산이 눈길도 주지 않았을 사업이었다.

지난 2월 삼성물산이 서울 송파구 가락동 상아2차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할 때만 해도 업계에선 그러려니했다. 하지만 5개월 후 또다시, 대규모 재건축도 아닌 중규모 리모델링 사업을 삼성물산이 따냈다고 하자 업계가 화들짝 놀란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삼성물산은 아무리 큰 재건축, 재개발이더라도 조금이라도 부작용이나 문제가 있어 보이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실제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최근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지난 2020년 아파트 공급물량은 업계 10위에 불과했다. 대우건설이 3.3만 가구, GS건설 2.52만 가구, 현대건설 2.3만 가구씩을 20년 한 해에 공급했지만 삼성은 단 5,518가구 분양에 그쳤다.

그것도 컨소시엄을 제외하고 래미안단독 이름 분양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 엘리니티1048가구, 1개 단지에 불과했다. 2021년에는 약간 늘어 2단지, 7,033가구를 분양했지만 2022년에는 아예 아파트 분양에 나서지도 않았다. 20~223년 동안 래미안이름을 달고 분양한 아파트단지는 단 3곳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삼성물산의 수주현황
▲삼성물산의 수주현황

삼성물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2010년 이후 수주해 지금까지 공사 중인 건설수주 총도급액은 76.41조원이고, 계약잔액은 29.28조원에 각각 달한다. 이 중 아파트 등 주택사업의 총도급액과 계약잔액은 각각 7.14조원 및 5.13조원에 불과하다. 도급액 기준으로 10%도 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작년에 새로 수주한 주택건설 현장은 서울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226월 계약)과 서울 방배6 재건축(227월 계약) 2건 뿐이었다. 작년 신규 분양은 물론 0이었.

삼성전자가 무려 43조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던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물산 주택 부문은 삼성그룹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돈도 안 되면서 안전사고나 내서 그룹 명예에 먹칠을 한다는 소리까지 나왔다고 한다. 한때 래미안 사업 철수설까지 나돌았다.

철수설은 2015년 전후 이재용 회장의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처음 불거졌다. 보통 합병 직전이라면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텐데, 당시 삼성물산은 철수까지는 아니었지만 국내외 건설사업들을 대거 축소하는 이상한 모양새를 보였다.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는 키우고, 당시 오너 지분이 없었던 삼성물산 기업가치는 인위적으로라도 최대한 떨어 뜨리려는 조치들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결국 제일모직은 당시 자산이 3배가량 많은 삼성물산보다도 3배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으면서 합병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삼성 측은 이후 여러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을 위해) 주가나 합병비율 조작 등은 결코 없었다고 꾸준히 반박하고 있다. 여러 재판부도 이 부분에 대해 아직 뚜렷한 확정판결은 내리지 않고 있다.

그 후 래미안이 계속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은 아파트 건설보다는 반도체 등 첨단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나 이재용 현 회장의 경영 노선도 영향을 미쳤다. 이재용 회장은 사석에서 "반도체 만드는 회사가 아파트까지 지어야 하느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택사업 포기설이 재계에 파다했다.

과거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은 온갖 비리와 음모, 투서가 판치는 흙탕물 전장이었다. 조합원 등의 각종 민원도 골칫거리였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으로 이미 세계적 대기업 반열에 오른 삼성이 이런 진흙탕에 계속 발을 담궈야 되겠냐는 게 이 회장의 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아파트 신규 수주전에서 클린 수주를 앞장세워야 했다. 삼성전자 전 세계 공장 일감 등 만으로도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이 확보된 이상 규모가 작고 머리 아픈 주택 사업에 목을 맬 이유도 없었다.

▲삼성물산의 올 2분기 잠정 영업실적
▲삼성물산의 올 2분기 잠정 영업실적

삼성물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2년 기준 삼성물산의 전체 매출 중 건설부문 매출비중은 33.8%에 불과하다. 상사 부문이 46.8%로 가장 크고, 패션 부문 4.6%, 리조트 부문 1.8%, 급식-식자재유통 부문 6%,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부문 7% 등이다.

건설 부문은 삼성물산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데다 주택부문은 또 그 10%도 안 된다. 주택부문은 삼성물산 전체 매출의 3~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들어 갑자기 작은 리모델링 사업에까지 잇따라 진출하자 세간의 궁금증이 다시 고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비해 아무래도 매출이나 사업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05년 래미안 방배에버뉴, 2014년 래미안 대치 하이스턴, 래미안 청담 로이뷰 등 이후 리모델링에는 진출 기록이 거의 없다. 2015년 이후에는 문제가 거의 없고 규모가 큰 서울지역 알짜 재건축-재개발사업만 가물에 콩 나듯이 간간이 수주했다.

그래서 삼성물산이 이처럼 올들어 리모델링사업에까지 갑자기 적극적으로 돌아선 배경과 이유를 놓고서는 재계에선 각종 설()이 분분하다.

우선 삼성전자 실적이 작년말부터 급감한 것이 일조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비교조차 되지 않았던 현대차나 LG전자에까지 실적이 밀리는 모양새라 삼성과 이재용 회장으로선 자존심이 많이 상하고 있을 것이라며 일단 돈이 되는 것이라면 찬밥 더운 밥 가릴 분위기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주요 주주현황
▲삼성물산 주요 주주현황

삼성물산이 보통 회사가 아니라 이재용 회장이 최대주주인 사실상 그룹 지주사라는 점도 관계가 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회장직 말고 계열사들에서 보직은 전혀 맡지 않고 있고, 삼성전자에서도 무보수를 고집하고 있다. 그의 유일한 수입원은 지분이 있는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이다.

이 배당금으로 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의 상속세부터 내고 있다. 분납 형태라 오는 25년까지 매년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상속세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22년의 경우 이재용 회장은 지분 1.63%가 있는 삼성전자로부터 1,408억원, 삼성생명(지분 10.44%)에서 626억원, 삼성SDS(지분율 9.20%)에서 227억원, 삼성물산(지분율 17.97%)에서 779억원 등 모두 3,04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21년에는 모두 3,430억원을 배당으로 수령했다. 이 배당금이 상속세 납부에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최대 배당금을 주는 삼성전자 이익이 올들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익이 급감하면 배당여력이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많이 줄 형편이 못된다면 이 회장 지분이 가장 많은 삼성물산이 열심히 영업을 해 이익과 배당을 많이 내는 것도 방법이다.

▲삼성전자 주요 주주
▲삼성전자 주요 주주

삼성그룹의 오랜 현안인 금산분리나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 등에 충분히 대비하기 위해서도 이 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보유 현금이 지금보다 수배, 수십배 더 많아져야 할 상황이다.

언제 활화산이 될지 모를 양대 현안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생명과 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수십조원어치를 내다팔든지,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이 이 주식들을 인수하든지, 아니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투자부문을 합병해야 한다.

이 문제들을 무난하게 잘 해결하려면 삼성물산의 동원 가능한 현금 또는 현금성자산이 최소 20~30조원은 미리 확보돼 있어야 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말 현재 삼성물산의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042억원에 불과하다. 종속 자회사들을 모두 합친 연결기준으로도 4.94조원 수준이다. 한참 모자란다.

보유현금을 확 늘리려면 삼성물산 자회사들 중 가장 유망하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회사를 빨리 크게 키우든지, 아니면 아직 여력이 많은 삼성물산 주택부문을 다시 크게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삼성물산이 최근 선보인 신개념 플랫폼 '홈닉'
▲삼성물산이 최근 선보인 신개념 플랫폼 '홈닉'

때마침 여러 건설현장의 부실 때문에 주택시장의 강자 GS건설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는 기회다. 삼성물산은 올해 하반기 재개발사업 최대어로 불리는 노량진 1구역수주전에도 뛰어든 상태다. 하필 GS건설과 2파전을 벌이고 있다. GS건설의 부실사고들 때문에 삼성물산이 한층 유리해진 것으로 알려진다.

앞으로도 서울과 수도권에는 재건축 대어들이 수두룩하다. 삼성물산은 주요 국내 건설사들 중 자금력 등 여력이 가장 많고, 브랜드파워도 가장 좋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이제는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각종 주택 정비시장 수주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마음만 먹으면 래미안 싹쓸이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또 각종 주택 관련 신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홈닉을 선보였다. 스마트홈 기술로, 개별 가구 제어는 물론 커뮤니티 시설과 관리 사무소까지 단지 전체로 연결을 확대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다. 삼성전자 기술을 주택에 접목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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