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북한이 작년에만 해외 거래소에서 9000억원에 육박하는 가상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정보원은 19일 "북한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약 7억 달러(약 8848억원)에 이르는 가상자산을 탈취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30차례 발사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아직 이를 현금화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엔 지난해 대비 15% 증가한, 일 평균 137만여건의 국가 배후·국제해킹 조직의 국내 공격 시도가 있었다.
공격 주체 별로는 북한 연계조직이 70%로 가장 많았는데 ▲공급망소프트웨어(SW) 공격 증가 ▲이메일 절취를 위한 해킹수법 정교화 ▲전 국민 대상·불특정 대상으로 해킹 타겟 확대 등이 두드러졌다.
북한 해커가 우리나라 일반 국민의 신용카드 정보 1000여건을 절취한 정황도 있었다. 사전에 절취한 이메일 계정정보를 통해 이메일에 로그인한 후, 이와 연동된 클라우드 자료함에 접근해 보관돼 있던 신용카드 사진을 절취하는 수법을 썼다.
우리나라와 주요국을 대상으로 한 우주·방산 분야 해킹도 많아졌다. 북한 제8차 당 전원회의에서 위성 재발사와 핵미사일 역량 증강을 천명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제 사회의 저지에도 북한은 가상자산의 탈취와 현금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거래소와 함께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공격에 대한 실시간 공조와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정원은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이 지난달 우리나라 에너지 기업의 해외 지사에 취업을 시도하다 발각됐다고 전했다.
북한 해커들은 주로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일회성으로 일감을 수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해당 인력은 위조된 여권과 졸업증명서를 제출하고, 고용계약서를 작성하려고 하는 등 교묘하고 대담한 수법을 사용했다고 했다.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은 북한이 해커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다른 분야보다 높고, 이에 따라 관련 인력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백 차장은 "한국 학생들은 의대에 많이 진학하려고 하는데, 북한은 IT 쪽이나 공대를 선호한다"면서 "해외 쪽에서 일감을 수주하면 계약도 높은 액수로 하고, 화이트해커 같은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벌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국정원은 우리 총선 및 미 대선 등을 앞두고 북한의 사이버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형 제로트러스트 보안 정책 구현, 세계 최초 양자암호통신 검증체계 마련, 한·미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후속조치 마련 등을 통해 사이버안보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