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금감원장 방문한 우리카드가 카드업계 첫 발표...7일엔 현대카드, 14일엔 롯데카드. 내용 비슷
13일엔 한화생명에 이 원장 방문. 역시 상생방안 발표...다른 카드-보험사들도 고심중. 마지 못해 성의표시(?)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에 이어 최근 신용카드사와 보험사들을 연쇄적으로 방문,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과 보험사들도 경쟁적으로 상생 금융 방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17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시작된 이복현 원장의 카드사 연쇄 방문을 계기로 우리카드 2,200억원, 현대카드 6,000억원, 롯데카드 3,100억원, 신한카드 4,000억원 등 카드업계에서만 모두 1조5,3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방안을 쏟아냈다.
이 원장의 카드사 방문은 지난달 29일 우리카드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후원금 전달식이 처음이었다. 우리카드는 이 자리에서 영세 카드가맹점과 취약계층을 위한 총 2,2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체 채권 감면 비율을 10%p 일괄 확대하고 전세 사기 피해 등을 겪는 카드고객에게 최대 70% 채무 감면을 하는 내용이었다. 기존 대환대출에 비해 50%나 금리를 인하한 상생론을 출시하고, 연 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 고객에게는 신용대출금리를 기존 보다 4%p 인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리카드가 앞장 서자 현대카드도 지난 7일 현대커머셜과 함께 6,0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현대카드는 금융 취약 계층을 위해 신규 대출을 지원하고 연 소득 2,500만원 이하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신규 대출 신청 시 금리를 최대 20% 할인해 제공하기로 했다. 또 상용차 결제 금액의 1%를 캐시백으로 제공하며, 카드 할부 이용 시 무이자 및 우대 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연 7.5% 저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환 및 채무감면 복합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롯데카드도 지난 14일 3,1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도 비슷해 취약 차주 채무 정상화 프로그램, 대출금리 인하, 대출 상환기간 연장 및 소상공인에 대한 카드 이용액 캐시백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원장은 17일에는 업계 1위 카드사 신한카드를 현장 방문했다. 신한카드는 이에 맞춰 4,0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취약 계층을 위한 유동성 지원이 2,500억원, 채무부담 완화가 1,500억원이다.
아직 상생금융 발표가 없는 삼성, KB국민, 하나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은 심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장이 이렇게 현장방문을 강행하고 있는 마당에 무언가 성의표시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카드업계는 계속된 역대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력과 실물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해가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새 수익원 발굴 등에 골몰하고 있다. 전통적인 카드장사가 시원치 않아 캐피탈사들의 고유영역이던 자동차할부 금융에 속속 진출하거나 고금리 카드대출 영업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금융당국이 상생금융 압력을 가하자 카드업계 내부에서는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이나 보험사들은 올해 실적이 여전히 괜챦아 상생금융이 가능하겠지만 수익이 자꾸 쪼그라들고 있는 카드사들에게는 고민이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지난 13일 이복현 원장의 자사 방문에 맞춰 보험업계 상생 금융 1호 상품인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 출시를 발표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다른 대형 생보 및 손보업체들도 상생 금융 방안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