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선정했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상세 실사 과정 등을 거친 후 인수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사모펀드를 설립해 당시 금호생명이던 KDB생명을 인수했다. 산은은 2020년에도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지만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해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그후에도 계속 KDB생명은 M&A시장에 매물로 상시 매물로 올라왔지만 부실한 재무구조와 악화일로였던 영업성적 등 때문에 인수 희망자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개인보험시장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올 1분기 1.9%에 불과하다. 22년 2.9%, 21년 3.0%에 비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보험사 자본적정성지표인 신지급여력(K-ICS)비율은 올 1분기 47.68%에 불과하다. 생보업계에서 푸본현대생명 등과 함께 최하위권이다.
특히 16조원이 넘는 과다한 부채는 매각협상 거론 때마다 문제가 되었다. 그나마 보장성 보험 전문 설계사 인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게 거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하지만 한때 2천명이 넘던 KDB생명의 설계사 인력도 지금은 8백명대 수준으로 급감해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지난 7일 진행된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는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예비입찰엔 3곳의 사모펀드(PE)들이 참여했지만, 본 입찰에 이름을 올린 곳은 정작 하나금융이 유일했다고 한다.
KDB생명의 부채규모가 과다하고, 또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신규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2천억원 안팎으로 알려진 인수대금도 결코 싸다고 볼 수 없다. 현재 KDB생명의 가용자본을 고려할 때 향후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K-ICS비율 150%를 맞추기 위해서는 인수 비용외에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자금이 최소 5천억원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인수대금 포함, 인수 초기에만 최소 7천억원 이상이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국내 생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고,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점 등까지 감안하면 하나금융이 하나생명과 KDB생명을 통합해 새 생보사를 출범시키더라도 업계 4위권인 신한라이프와 7위권인 KB라이프 수준까지 추격하기 위해선 또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 방식으로 제대로 경쟁력을 갖춘 생보사를 키우려면 중장기적으로 최소 1조원 이상 투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성공할까 말까이다. 역시 생보시장을 노리고 있는 우리금융이 이번 인수전에 처음부터 빠진 이유도 이때문일 것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9년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총 3.25조원을 투입했고, KB금융은 2020년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2.2조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액만 놓고 보면 하나금융이 싸게 KDB생명을 인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옛 푸르덴셜생명이나 오렌지라이프는 KDB생명과 비교할 수 없는 초우량 생보사들이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이 두 생보사를 인수, 기존의 소형 생보사와 합병시킴으로써 '생보 빅3‘에 도전할 만큼 몸집이 커졌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하나금융 입장에선 일단 정밀실사부터 해보고 도저히 여의치 않으면 중도에 포기까지 감수한다는 입장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