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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투성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손질’보다 ‘손절’이 정답
문제투성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손질’보다 ‘손절’이 정답
  • 권의종
  • 승인 2023.07.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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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초환법 개정안’ 논의 부진, 정부는 ‘어중간한’ 수정안으로 타협 시도...이제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치권은 영악하다. 당(黨)과 표(票), 이해관계 있는 일에는 민감하다. 그렇지 않은 일에는 무신경, 적당히 넘어가려 한다. 정치가 협상의 산물이라고는 하나, 해도 해도 너무한 측면이 있다. 그 점에서는 정부도 별반 차이가 없다. 거기서 거기, 도긴개긴이다. 꼭 해야 할 일도 여소야대 정국을 핑계 삼아 적당히 타협을 하려 든다. 그러는 걸 능력과 실적으로 안다. 그러니 피해는 오로지 애꿎은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적당주의는 부동산 정책에서도 판친다. 재건축으로 생기는 이익 일부를 세금 형태로 환수하는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발의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 처리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토대로 부담금을 크게 낮추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논의가 늦어져 시장 혼선이 커지자 정부가 ‘어중간한’ 타협안을 다시 제시한 것이다. 

정부안 개요는 이렇다. 조합원 1인당 재건축부담금 부과 면제 기준을 기존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높이고 초과이익 기준 구간을 2,000만 원 단위에서 7,000만 원 단위로 확대해 부담금을 낮추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초과이익 1억~1억7,000만 원은 10%, 1억7,000만~2억3,000만 원은 20%, 2억3,000만~2억8,000만 원은 30%, 2억8,000만~3억2,000만 원은 40%, 3억2,000만 원 초과는 50%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또 정부가 애초에는 10년 이상 보유자에 대해 최대 50%를 감면하기로 했으나, 수정안에선 20년 이상 초장기 보유자에게는 60%까지 감면하기로 했다. 정부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찬반논란이 거세다. 일부 재건축 단지에 가구당 수억 원대의 부담금 예정이 통지되면서 재건축 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재건축부담금 취지 이해되나, 되레 재건축 방해하는 '자충수' 될 수 있어 

재건축부담금이 뭐길래. 사업 기간 중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 등 개발 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3,000만 원을 넘으면 10~50%까지 부담금으로 징수하는 제도다. 주택가격 급등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2006년 도입됐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2013부터 2017년까지는 시행이 유예됐다가 2018년 다시 시행됐다. 

개정안 취지는 일리가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의 당위성도 인정된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재건축 단지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재건축에 따른 시세 차익의 최대 절반을 세금으로 거두는 법 제정 배경 또한 수긍이 간다. 새 아파트가 다 지어졌을 때 집값에서 재건축 시작 당시의 집값과 공사비용, 재건축하지 않았더라도 올랐을 집값 평균 상승분을 뺀 금액을 재건축 초과이익으로 정의한 것도 틀리지 않는다. 

문제는 재건축부담금이 재건축을 방해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집 지을 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 지역의 경우 재건축이나 재개발 말고는 주택을 공급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그러잖아도 공사비인상에 따른 추가 분담금이 짐이 되는 현재 상황에서 초과이익부담금까지 더해지면 재건축 사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정책 간 충돌이 빚어진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는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주택공급을 방해하는 ‘대못’으로 작용한다. 주택공급 규모를 줄일 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면 한 발로는 액셀러레이터를, 다른 발로는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은 위험한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재건축부담금...정책은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해야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것도 커다란 흠이다. 집값이 올랐다고 실현도 안 된 이익에 부담금을 물리는 건 온당치 못하다. 그렇다고 집값이 내릴 때는 이미 낸 부담금을 돌려주는 것도 아니다. 아파트가 준공될 시점에 수익이 얼마나 실현될지, 그래서 부담금이 얼마나 될지를 사전에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용적률 혜택을 받고도 입주 때까지 집값 상승률에 따라 부담금이 달라지는 '복불복', ‘예측 불가’의 징벌적 과세다. 

미실현이익 계상은 손익계산을 불확실하게 해 회계원칙에서도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사항이다. 부담금은 간접조세에 해당하나 개념은 일반 세금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수익이 확정된 연후에 물려야 맞다. 양도할 때 양도세를, 증여할 때 증여세를, 상속할 때 상속세를 내게 하면 된다. 재산을 보유하는 동안에도 재산세, 법인세(조합),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내는데 개인별로 재건축부담금을 물리는 건 엄연한 이중과세다. 

재개발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다. 재개발 사업은 공익성을 들어 높은 이익이 발생해도 부담금이 없다. 제도의 실효성 또한 크지 않을 수 있다. 재건축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고가 마감재’로 치장하는 꼼수가 나올 수 있다. 재건축 공사비용을 부풀려 수익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지 못할 리 없다. 재건축부담금이 크다고 판단되면 개인별 분담분이 늘더라도 고급화로 갈 소지가 크다. 그리되면 부담금은 부담금대로 못 걷으면서 부동산 가격만 뛰게 할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정책은 일관성이 있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임시변통의 땜질식 처방은 근본 해결책이 못 된다.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판단하면 바른 결론에 이르기 어렵다. 서민의 박탈감을 고려해 부담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국민을 선동하는 포퓰리즘의 극치다. 재건축부담금은 ‘손질’보다 ‘손절’이 낫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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