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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과 알프스의 기적‘의 차이, “스위스를 배우자”
‘한강의 기적’과 알프스의 기적‘의 차이, “스위스를 배우자”
  • 권의종
  • 승인 2023.06.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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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속 혁신지수 세계 1위 스위스의 성공 DNA, ‘결핍’과 개방..금융업이 스위스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아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 국토의 75%가 산과 호수, 경작지는 25%뿐. 그마저도 냉해가 심해 농경이 어려운 가난한 나라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부자 국가가 됐을까. 16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위그노 전쟁이 벌어졌다. 구교와 신교 간 전쟁이다. 이때 많은 위그노 신교도가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이주했다. 스위스는 칼뱅과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으로 신교가 굳건했던 때문이다. 

이때 넘어온 위그노 중에는 당대 최고 기술을 가진 시계공이 많았다. 이 시기 스위스에는 보석 세공업 같은 정밀 수공업이 발달해 있었다. 검소한 삶이 강조되던 종교개혁 분위기로 스위스인이 대거 시계 산업으로 업종을 바꿨다. 위그노 장인에게 시계 제작기술을 배웠고 여기에 세공업자 특유의 정밀함이 더해지며 품질이 뛰어난 시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스위스는 인구가 적어 무역 외에는 살길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시계는 스위스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좁고 험난한 산길이 많아 부피가 크고 무거운 제품은 운반하기 힘들어 외국에 내다 팔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계는 작고 가벼웠다. 그런데도 부가가치가 컸다. 스위스 상인들은 큰가방에 시계를 가득 담아 알프스산맥을 넘어 프랑스로 독일로 이탈리아로 네덜란드로 내다 팔아 큰돈을 벌었다. 스위스 역사상 첫 번째 산업과 ‘시계의 나라’ 스위스가 이렇게 탄생했다. 

제약업도 비슷하다. 스위스 제약업은 처음에는 염색업에서 시작됐다. 알프스에서 나는 여러 식물을 이용해 갖가지 색을 물들이는 일이었다 그러다 스위스인들은 알프스의 산자락에 진귀한 약초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약초를 약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가방에 담아 알프스 봉우리를 넘어 유럽에 내다 팔았다. 약초는 시계보다 가벼웠고 부가가치도 높아 가방 하나만으로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스위스를 탈바꿈시킨 시계·제약·섬유·관광...스위스 프랑이 기축통화 반열에 

제약산업이 발전을 거듭하며 오늘날 스위스는 세계 신약발매 1위 기업 노바티스(Novartis), 항암 치료제 1위 기업 로슈(Roche) 같은 세계적인 제약회사를 가진 나라가 됐다. 섬유산업도 스위스를 탈바꿈시킨 또 다른 일등공신이다. 18세기 후반 영국의 방적기를 들여오면서 스위스는 섬유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으로 기계를 들여올 수 없게 되자 위기를 맞는 듯 했다. 하지만 스위스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방적기를 자체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디젤엔진을 달아 대량생산에 나섰다. 그 덕에 스위스 섬유산업은 한때 세계 최고를 달렸다. 방적기계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농업도 스위스를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다. 산업 구조가 크게 바뀐 오늘날에도 스위스 농업은 높은 생산력을 과시한다. 농토가 좁은데도 농업 자급률이 50%에 이른다. 밀, 보리, 감자, 사탕무, 사과, 포도 등을 생산하고 치즈 등 낙농 제품은 외국에 대량 수출하고 있다. 

약소국 시절 스위스의 지리적 위치는 치명적 약점이었다. 주변 강대국의 외침(外侵)에 취약했다. 하지만 무역에서는 오히려 교통의 요충지라는 강점으로 작용했다. 스위스는 19세기 초반 알프스 너머의 나라들과 교역을 늘리기 위해 도로 건설에 주력했다. 19세기 중반에는 철도망도 대폭 확충했다. 이게 스위스에 기대치 않은 또 다른 산업 기회를 만들어줬다. 오늘날 스위스 경제에서 만만찮은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업이다. 

시계와 섬유, 제약과 관광업을 통해 자본을 축적한 스위스는 금융업에 손을 뻗쳤다. 그리고 은행 사업의 성공은 알프스에 갇힌 스위스를 일약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허구한 날 외세의 침략이나 당하던 가난한 나라의 화폐, 스위스 프랑이 일약 기축통화 반열에 올랐다. 금융업이 스위스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스위스 따라잡으려면 스위스 경제의 성공 요인 학습해야...성장 속 혁신 지속

스위스의 성공은 한국으로 시각을 돌리게 한다. 스위스와 한국은 닮은 게 많다. 부존자원이 없고 경작 가능한 땅이 부족하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상이 비슷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결핍을 풍요로 일궈낸 저력을 발휘한 것도 똑같다. 스위스는 시계·제약·관광·금융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고, 한국은 반도체·자동차·휴대전화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차이도 있다. 스위스는 1인당 GDP가 9만3,457달러, 세계 최부국이다. 미국, 덴마크, 호주에 앞서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주변국을 따돌린다.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4,983달러, 싱가포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에 뒤진다. ‘히든챔피언’ 배출에서 스위스는 종주국 독일(1,307개)에 이어 세계 2위(131개)다. 인구 100만 명당 국가별 특허 출원수(2007년~2016년)도 스위스는 3,320건으로 2위로 스웨덴(1,698건), 3위 독일(1,674건)에 앞서있다.

스위스를 따라잡으려면 스위스 경제의 성공 요인을 학습하고 연구해야 한다. 스위스 경제는 고도의 기술집약적 산업 구조, 안정된 금융시스템과 거시경제 환경, 높은 수준의 교육시스템과 낮은 실업률을 특징으로 한다. 정부개입의 최소화, 개방적·효율적인 금융시장, 낮은 법인세율, 투명한 법률시스템이 강점으로 꼽힌다. 경제정책과 재정 건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 

환경, 산업안전, 노동시장, 산업 표준화 분야에서는 국내 정책을 유럽연합(EU)의 규제와 조화를 이루도록 개혁했다. 그 덕에 EU 회원국이 아니면서 경제적으로 유럽연합 단일시장 효과를 누린다.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혁신을 지속해 온 결과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하는 글로벌혁신지수(GII) 순위에서 12년 연속 1위를 지키는 ‘알프스의 기적’, 한국 경제에 교훈이 되고 경계가 되는 잠언(箴言)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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