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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은행 쥐어짜기’?...청년도약계좌, “희생은 은행이, 생색은 정부가”
또 '은행 쥐어짜기’?...청년도약계좌, “희생은 은행이, 생색은 정부가”
  • 권의종
  • 승인 2023.06.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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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정책금융은 정부 예산으로 해야, 민간 은행에 제도 시행에 따른 손실을 떠넘기는 건 엄연한 ‘민폐’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청년들이 몹시도 안쓰럽다. 대한민국 청년, 이른바 MZ세대가 느끼는 절대적 위기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크고 깊다. ‘부모보다 가난해질 첫 번째 세대’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취업이 예전만 못하다. 기간제나 계약직, 단기 아르바이트가 대종을 이룬다. 그마저도 자동화·기계화·인공지능 추세로 빠르게 줄고 있다. 쓸만한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다.

수치상 고용 호조가 이어지나 청년 고용은 부진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률은 63.5%, 역대 최고치다. 취업자 수는 2,883만5,000명,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만1,000명 늘었다. 27개월 연속 증가세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9만9,000명 줄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학업이나 취업 준비도 않고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쉬는’ 20∼30대가 30만8,000명에 이른다. 

직장을 잡아도 별로 나아지는 게 없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대다수 청년은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버겁다. 월급을 받아도 신용카드 대금과 휴대전화 요금 등을 결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적자 인생이다. 스스로 힘으로 살아야 하는 ‘흙수저’에게는 희망이 안 보인다. 얼마라도 목돈을 손에 쥐어야 거처를 마련하고 가정을 꾸릴 텐데. 감불생심(敢不生心), 힘에 부쳐 엄두를 못 낸다. 

힘든 청년들에게 모처럼 희소식이 날아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청년층 표심을 겨냥해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책 금융상품, 이름하여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됐다. 월 7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낼 수 있는 5년 만기 상품에 정부 기여금과 이자소득 비과세가 제공된다. 다달이 70만 원을 5년 동안 내면 만기 때 5,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만19~34세 청년 중 개인소득 연 7,500만 원 이하와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가 대상이다. 

희망 안 보이는 흙수저 청년 돕는 ‘관제(官制)’ 금융상품’ 출시

청년도약계좌가 일반적금보다 금리가 높은데도 반응이 미지근하다. 현실에 안 맞고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듯하다. 2022년 2월 출시된 청년희망적금보다 금리가 낮은 데다 가입 기간은 길다는 게 불만 사항이다. 은행별 우대금리 혜택을 제외하면 실제로 연 6% 금리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기피 요인으로 꼽힌다.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등 일부 고소득 직업군을 빼고는 5년 동안 매월 40만~70만 원을 낼 만큼 여유로운 청년이 많지 않다. 가입해도 중도 해지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적금 담보부대출을 운영해 중도 해지를 막는 방안이 마련됐다. 가입자가 생활비나 급전이 필요하면 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받게 해 중도 이탈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그래봤자 임시방편, 근본 대책은 못 된다. 

금융위원회도 이를 우려했던지 해지 방어 방안을 찾기 위해 외부 기관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실무 현장에서도 찾지 못한 ‘뾰족한 수’를 연구기관에서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까운 예산만 낭비할까 걱정된다. 

청년도약계좌에 관한 관심이 지속할지도 의문이다. 청년희망적금의 과거 운용 경험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출시 당시 최고 연 10% 금리의 청년희망적금은 정부 예상 범위의 8배가 넘는 286만8,000명이 가입했다. 열풍은 잠시 그때뿐. 2022년 말 기준 적금 유지자는 241만4,000명으로 줄었다. 출시 10개월 만에 가입자가 45만 명 감소했다. 그렇다면 청년희망적금보다 금리가 낮고 만기가 긴 청년도약계좌도 ‘반짝 효과’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적금보다 금리 높은데도 현실 안 맞고 기대 못 미쳐, 반응 ‘미지근’

청년도약계좌의 금리 체계가 초기 3년 고정금리, 후기 2년 변동금리인 점도 가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3년 후에 가서 금리가 떨어지면 만기에 받을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은행이 제시하는 우대금리 조건도 앞뒤가 안 맞는다. 청년들이 돈을 모으기 위해 적금을 드는 것인데 신용카드 월 실적을 채워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등 돈을 써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모순되게 설계돼있다.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관치’ 논란이 뜨겁다. 청년도약계좌 시행과 관련해 그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5년간 5,000만 원’의 목표 달성에 집착한 나머지 은행권에 금리 상향을 압박했다. ‘정책협조’라는 이름으로 손해 감수를 대놓고 강요했다. 금융위원회의 으름장을 못 견딘 은행권이 두 손을 들었다. 대신 기본금리 연 4.5%, 최고금리 연 6%로 서로 입을 맞춘 듯 똑같게 올려 정했다. 정부가 ‘금리 담합’을 유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정부의 '은행 쥐어짜기’가 어디 이번 뿐이랴. 그간에도 걸핏하면 취약층 지원 등 정책금융 시행과 관련해 금전적 부담을 금융권에 떠넘겨 왔다. 정부가 청년도약계좌를 통해 매월 일정 금액을 보탤 요량으로 올해 3,678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랬으면 정부 예산 범위 내에서 제도를 시행하고 그걸로도 모자라면 예산 증액을 검토해야 했다. 

정책금융은 정부나 공공기관의 예산으로 해야 맞다. 영리 추구의 주식회사 민간 은행에 제도 시행에 따른 손실을 떠넘기는 건 엄연한 ‘민폐’다. 예·적금 금리가 3~4%인 상황에서 6% 청년도약계좌는 팔수록 손해 보는 역마진 구조다. 향후 3년간 은행 손실이 2,000억~4,1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기준금리가 내리거나 1인당 가입금액이 예상을 웃도는 경우 은행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희생은 은행이 하고 생색은 정부가 내는 '관제(官制)' 정책은 효과도 효과려니와 지속 가능이 어렵다. 남의 고통 위에서 행복할 수 없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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