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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 재편기, 국가 위상 제고의 기회다
국제질서 재편기, 국가 위상 제고의 기회다
  • 나벙문
  • 승인 2023.06.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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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오늘날의 우리 젊은이들은 선진국에 대한 열등의식이 거의 없다. 그러기에 어디를 가더라도 외국인에게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하지만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지금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가난에 찌든 작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 아픔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산업 시대의 용사들은 죽기 살기로 일했다. 그들은 비록 백발이 되었지만, 눈부시게 발전한 조국의 모습을 지켜보며 남다른 감회를 품고 살아간다.

21세기 들어서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온 국민이 피땀 흘려 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고 일어선 지 70여 년 만이다. 이는 지구촌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국내외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의 위상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엊그제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와 G7에 초대되어 내로라하는 강대국 정상들과 만났다. 그 당당한 모습에서 전에 없던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변방의 약소국이 아니다. 최근 서울대 부설 국가미래전략원이 발표한 연차 보고서는 "한국은 동아시아 주변국에서 세계의 중심국으로 도약했다"라고 결론지었다. 우리나라가 이미 강대국(great power)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G7 국가를 제외하고 인구 5천만 이상에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유일한 국가이며,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차세대 3대 산업을 망라하여 대량 생산이 가능한 하나밖에 없는 나라라는 사실을 그 근거로 들었다.

전경련이 군사·경제·혁신·안보 분야 등 전 분야에 걸쳐 G7과 한국을 비교 분석한 자료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 핵보유국을 제외한 최고 수준의 군사 강국이다. 2022년 기준 세계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6위이며, R&D 투자 비중은 2위이다. 그 밖에도 국제특허 출원 5위, 반도체 시장점유율(2020년) 2위, 배터리 생산 점유율(2021년) 5위, 글로벌 인공지능(AI) 지수 7위 등 눈부실 정도다. 최근에는 세계 7번째로 독자적 우주발사체 기술 보유국이 되었다.

쇠퇴하는 G7의 영향력

서방세계를 쥐락펴락하는 G7이 출범한 지도 반세기가 되었다. 알다시피 G7은 서방 선진 7개국을 지칭하는 용어다. 회원국은 미국을 비롯하여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이다. 1973년 1차 오일쇼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5개국(미국·영국·프랑스·서독·일본) 재무장관 모임에서 시작되었으며, 후에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참여하면서 오늘날의 7개국으로 확정되었다(러시아는 중간에 참여했다가 크림반도 합병으로 축출).

이들은 매년 재무장관회의와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세계 경제와 국가 간 경제정책을 논의한다. 초기에는 경제 문제에 초점을 두었으나 1980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군 철수 요구를 계기로 정치와 외교 분야까지 역할을 확대했다. 냉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미국 주도로 공산권 진영에 맞서며 단결을 과시했으나, 신흥국들이 우후죽순처럼 부상하면서 그 위상이 현저히 떨어졌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G7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명목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약 44%를 차지한다. 상당한 비중이지만 50년 전의 67%에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를 두고 유럽의 싱크탱크 브뤼헐(Bruegel)은 "G7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으며, 보다 대표성 있는 그룹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외교협회(CFR)도 "G20이 G7을 넘어섰다고는 분석이 많다"라고 발표했다.

그뿐이 아니다. 새로운 다자간 협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호주, 인도, 한국 등을 포함한 민주주의 그룹인 ‘D10’을 만들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지난 2014년부터 앞에서 언급된 나라의 관리들과 회의를 열어 왔다. 리처드 하스 CFR 회장도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러시아로 구성된 새로운 강대국 간 모임을 촉구했다.

국력에 걸맞은 위상 확립할 때

최근 들어 미국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분열된 세계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미국이 주도하던 단극 체제는 막을 내리고 미·중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감소)'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정책은 파국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공세 수위를 낮춤으로써 리스크를 적정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기존 강대국들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가운데, 한국은 이제 G7 회원국들과 당당하게 어깨를 견줘도 될만한 위치에 도달했다. 우리나라의 GDP가 세계 10위권에 도달한 것은 이미 여러 해 전 일이다. 최근 발표된 각국의 종합국력 평가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국력 신장이 허황한 자화자찬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여러 나라들이 G7에 한국을 더하여 G8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제질서가 급속하게 재편되면서 우리가 취할 행보의 중요성도 커졌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부쩍 성장한 국력에 어울리는 국가 위상의 제고(提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력에 걸맞은 역할을 찾아내어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공적개발원조(ODA)를 획기적으로 증대함으로써 선진국으로서의 책무를 감당하는 것은 물론, 다방면으로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제 분쟁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도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실하게 정립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진정한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와 군사력 같은 하드파워만으론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 교육·학문·예술·과학·기술 등 전 분야에 걸쳐 원숙하고 품격 있는 소프트파워를 갖출 때 비로소 지구촌의 핵심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 벅찬 과업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그것은 선배들이 흘린 땀에 대한 보답이자 후배들을 향한 도리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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