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이나 해킹 등으로 피해를 본 금융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미국계 보험사인 AIA생명이 보이스피싱이나 해킹 등으로 인해 보험이 해지돼 무단 인출된 피해금에 대해 전액 보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4일 보이스피싱피해자단체와 금융사고피해자에 따르면 AIA생명은 지난주 권한이 없는 자가 인터넷을 통해 계약을 해지하고 해지환급금을 가로채는 사고에 대해 전액 보상했다.
AIA생명은 지난 8월 보험 2건이 인터넷을 통해 해지되고 해지환급금 전액이 무단 인출된 금융사고 피해자인 A씨(37.여)에게 납입 보험료 2700여만원 전액을 보상했다.
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고객정보 해킹을 통해 금융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대비해 20억원 한도내의 보험을 가입하고 있으며 올해 2건의 보상이 이뤄졌다.
AIA생명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모든 프로세스가 운영되고 있다"며 "고객이 악의적으로 일으킨 사고가 아니고 소송 등의 장기화 등으로 고통받을 것을 고려해 도의적 차원에서 보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많은 분들이 보이스피싱이나 해킹 등의 금융사고로 금융사와 싸우고 있는데 저만 전액 보상을 받게 돼 미안한 마음이다"라며 "국내 금융사들도 AIA처럼 마인드를 바꿔 자신들이 구축한 시스템으로 인해 피해를 본 금융소비자들에게 하루 빨리 보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진금융의 선도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씨티그룹과 국내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피해보상에 소극적이다.
카드업계 대부분이 보이스피싱 피해고객에게 차등적으로 10~40%의 보상을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씨티은행도 피해보상 대상자에 대해 전액이 아닌 40%만을 보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 등 금융사의 서버 등이 해킹돼 고객이 피해를 입었다면 보상해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반론적으로 바라보고 전액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답변했다.
씨티그룹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현재 카드부문에만 보이스피싱이 발생했고 대부분의 카드사가 차등적으로 10~40%만을 보상하지만 씨티는 40%를 보상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액보상에 대해서는 "현재 전액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다양한 업계의 동향을 살펴보고 최대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길 보이스피싱 및 해킹으로 인한 금융피해자단체 공동대표는 "AIA생명의 이번 피해보상은 피해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노력으로 이뤄낸 결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선진금융을 외치며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금융사와 국내 금융사들도 AIA처럼 피해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