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대목 수십만 소비자 혼란 예상. 농협유통 자회사 노조파업 처음있는 일
노조측이 문제삼는 내용은 4사통합에 하나로유통만 빠지고, 유통자회사들의 구매권을 농협경제지주로 일원화하는 부분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농협유통·농협충북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농협대전유통 등 농협 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농유노련)가 추석을 앞둔 이달 16~20일 총파업을 결정했다. 농협경제지주가 추진 중인 유통자회사 통합 때문이다. 농협경제지주는 최근 이들 4개 유통자회사 통합을 추진 중이다.
한국농정신문 등에 따르면 농유노련은 지난 8일 회의를 통해 추석 기간 총파업을 결정했다. 추석명절 전인 오는 16~20일 5일간이며 농협유통의 양대 매장인 하나로마트 창동점·양재점과 지역3사 하나로마트 15개 전 매장이 동참한다.
농협 유통자회사의 노조 파업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수십만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명절 특수기간인 만큼 큰 파장이 예상된다.
농협유통 5개 자회사 중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한 4개사 만을 통합한다는 점이 논란이다. 더 큰 파업이유는 유통자회사들의 구매권을 농협경제지주로 일원화한다는 대목이다.
농협 유통사업의 구매권은 지금도 기형적인 상태다. 5개의 회사가 각기 하나로마트 매장들을 운영하고 있지만 농산물 구매권은 농협경제지주로, 가공생필품 구매권은 농협하나로유통으로, 축수산물 구매권은 농협유통으로 분리돼 있다. 나머지 지역3개사엔 사실상 구매권이 없다.
농유노련은 이같은 구매·판매업무 분리가 농협 유통사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어왔다고 주장한다.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의 품질·가격경쟁력이나 지역밀착도를 약화시켰고, 가공생필품 역시 회원조합 구매대행 수익 일부가 농협하나로유통 적자보전에 전용되는 폐단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농협경제지주는 구매권 일원화로 유통사업을 체계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농유노련은 당장 통합 발족할 회사와 농협하나로유통 모두 적자를 감내해야 할 상황이며 이는 하나로마트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켜 소비자 만족도까지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동호 농협유통 노조위원장은 “지금도 가뜩이나 하나로마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인데 여기에 기름을 붓는 통합안이다. 수도권 하나로마트가 소비자로부터 다 외면받고 나면 우리 농산물을 얼마나 팔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농민·소비자를 위한 게 아니라 오직 조직논리에 의한 통합안”이라고 비판했다. 농협경제지주는 회원조합 지원에 집중하고, 유통회사는 구매·판매업무 병행으로 자립적 생존체계를 구축하게 해 달라는 요구다.
이 위원장은 “유통회사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것이 구매권인데, 이번 통합안은 유통4사 입장에선 구조조정 수순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농민도, 소비자도 피해를 보게 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명절 기간이지만 절박한 상황을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2016년부터 경제사업 활성화와 소매유통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5개 유통자회사 (하나로유통, 농협유통, 충북유통, 대전유통, 부산경남유통) 통합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하나로유통이 소속된 금융노조 NH농협지부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한 농협중앙회는 하나로유통을 제외한, 유통4개사 만을 통합하는 안을 마련하고 이달 말까지 추진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