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규제, ‘공모주 청약’ 뛰어드는 2030 투자 열기 몰려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시중은행을 통한 신용대출 금액이 열흘 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주택 구입 명목의 ‘영끌대출’과 ‘빚투’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대규모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125조4172억원이다.
지난달 말 기준 잔액은 124조2747억 원으로 10일 만에 1조1425억 원이 불어난 셈이다. 이 기간 영업일은 8일에 불과했다.
신용대출 급증은 주식·부동산 등 투자용 자금 수요와 코로나19사태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가 혼재돼 있다. 아울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여전히 연 1.85~3.75% 수준에 머무는 것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 진 탓에 신용대출로 대거 쏠리고 있다.
또한 빚을 내서라도 ‘공모주 청약’에 뛰어드는 2030세대의 주식 투자 열기가 영향을 미쳤다. 은행통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 첫날이던 지난 1일, 하루 신용대출이 1조8034억원 불었다. 이는 한달 증가액의 44% 수준이다.
최근 단기투자차익을 실현시키는 ‘공모주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과감하게 빚을 끌어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SK바이오팜은 ‘따상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상한가 3번)’을 기록했다.
실제 전체 은행권의 기타대출 금액은 8월 한 달간 5조7000억 원 늘었다.
제2금융권에서도 지난 6~8월 3개월간 가계대출이 4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은행권보다 저 신용 차주가 많고, 법정 최고금리인 연 24%에 육박하는 고금리 대출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당국에서도 관련 회의를 열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신용대출 부실이 자칫 은행 건전성까지 흔들 수 있어서다. 이에 은행 담당 실무진과 고위급 책임자와 대출 규제 강화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 당국 관계자는 “생활안정자금이 아닌 용도의 신용대출에 어떻게 핀셋형으로 규제할 것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용대출에 생계형 대출이 섞여 있는 만큼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