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식 리더십’, 보편적 공적 질서로 발전시켜야
‘정은경식 리더십’, 보편적 공적 질서로 발전시켜야
  • 권의종
  • 승인 2020.05.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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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비상 속 공직의 표상된 정은경...시스템으로 체계화시켜 선진 행정 구현의 디딤돌로 삼아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위기가 영웅을 만드나 보다. 얼마 전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맹활약 중인 세계 각국의 영웅들을 소개했다. 한국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가장 비중 있게 다뤘다. 우한폐렴 발생 후 첫 브리핑 당시의 모습과 최근의 초췌한 모습을 비교까지 해가며 영웅 중의 영웅이라 칭했다. ‘정은경 보유국’의 자긍심을 한껏 느끼게 했다.

미국에도 정은경이 있다. 데버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조정관이다. 벅스는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설명,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화법, 차분한 태도로 호평을 받는다. 단정한 금발머리에 깔끔한 원피스나 블라우스, 형형색색 꽃이 어우러진 하늘빛 스카프나 흰색 스카프를 가볍게 묶거나 어깨에 걸친다. 남색 금장 더블재킷에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둘러 포인트를 주기도 있다. 원색 원피스에 화사한 스카프를 매치시켜 눈길을 끌 때도 있다.

‘스카프 닥터’ 별명이 그래서 생겼다. 이런 모습에 미 국민들은 비난 대신 애정을 선사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의 심각 상황에서의 화사한 옷차림을 희망의 메시지로 표현했다. “지금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고 해결이 쉽지 않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한 명의 인간이며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문화적 차이를 감안해도 수긍이 쉽지 않다. 아마도 수수한 근무복 차림의 정 본부장과 대비되어서 일 것이다.

둘의 옷차림은 달라도 전문성은 공통점이다. 면역학자 출신인 벅스는 군 의학센터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확산 방지를 연구하다 2005년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로 자리를 옮긴 전염병 전문가이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으로 국무부에서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의 긴급계획(PEPFAR)’ 업무를 수행했다. 지난 2월 코로나19TF 조정관으로 발탁되었다. 마치 정 본부장의 이력을 보는 듯하다.

민방위복 정은경, ‘스카프 닥터’ 데버라 벅스...옷차림은 서로 달라도 두터운 전문성은 공통점

정은경은 어느새 대한민국 공직의 표상(表象)이 되었다. 실제로 ‘정은경식 리더십’이 주는 의미가 작지 않다.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우선 두터운 전문성이 주목을 끈다. 원래도 전문가이나 다양한 경험과 수많은 사례를 접하면서 전문성의 무게가 더해진 듯하다. 과학으로 싸워야 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영웅은 목소리 크기나 직급 높낮이가 아닌 차별화된 전문성으로 탄생됨을 새삼 실감케 한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신뢰를 낳는다. 이토록 후한 점수를 받은 공직자를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도 각별하다.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 자격으로 질본을 방문했을 때 예방센터장이었던 정 센터장의 브리핑이 돋보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7월 그녀를 질본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지금도 그 때의 기용을 자랑스러워한다고 한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어려운 일을 쉽게 해낸다. 조급해하거나 서두르는 법이 없다. 난해한 전문 용어도 일상의 언어로 잘도 풀어낸다. 디테일에서도 막힘이 없다. 표정 변화 없이 거침없이 답한다. 노란 민방위복 차림새가 되레 친근감을 더한다. “손질할 시간이 아까워 머리를 짧게 깎았다.” “한 시간 이상은 잔다.” 말만 들어도 고맙고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일 잘하는 사람이 말도 예쁘게 한다.

솔직함이 압권이다. 성심성의껏 답하면서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할 줄 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죄송합니다. 그 상황은 저희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관계기관에 이야기해서 파악되는 대로 문자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고 나면 저녁 늦게라도 일일이 답을 보낸다. 이 땅의 모든 공직자들이 이런 자세로 일해주기를 바란다면 과도한 기대일까.

모든 공직자가 전문성으로 무장...최선 다해, 솔직·겸손하게, 투명·소신 행정으로 신뢰 쌓아야

소신이 뚜렷하다. 자기 확신이 강하다. 외부의 압력과 간섭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 의연하다. 주변 눈치를 살피지 않는 곧은 자세에 믿음이 간다. 마스크 대란 당시, ‘면 마스크도 괜찮다’ ‘면 마스크라도 활용하자’는 내용의 브리핑을 정 본부장에게 요청했다가 단호히 거절당했다는 일화는 이미 세간에 널리 알려진 바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돋보인다. 10여 분의 브리핑과 50분 질의응답. 3개월여 동안 바이러스와의 전쟁 실상을 알리기 위해 하루에 두 번씩 브리핑에 나섰다. 주말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일에는 마스크 수급 상황을 궁금해 하는 국민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브리핑까지 도맡았다. 언론 기자 뿐 아니라 일반인도 포털 등에 링크된 e브리핑을 통해 확인이 가능한 사실이다.

겸손의 센스까지 있다. 총리 주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되어 코로나19 대응에 여러 부처가 참여하고, 각 지자체와의 협력도 진행됨을 내세우며 자신의 역할을 가린다. 또 보건의료인들과 각 분야에서의 민관 협력과 사회적 연대를 통해 대응이 이루어진다며 자세를 낮춘다. 개인에 대한 찬사를 조직으로 바꿔놓고 국가와 의료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는 국민에게 공을 돌린다.

현상에 대한 반응이 중요하다. 성공 방역의 토대가 된 ‘정은경식 리더십’을 가볍게 보면 곤란하다. ‘스타 탄생’의 이벤트 정도로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면 안 된다. 행정의 통념을 깨뜨린 인적 역량과 덕목을 보편적 공적 질서로 발전시켜야 한다. 시스템으로 체계화시켜 선진 행정 구현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얼치기 전문가들이 판치는 요즘 세상, 진짜 영웅은 귀하디귀하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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