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대한항공이 주총에서 고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았던 '3분의 2룰' 정관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방식을 특별 결의에서 보통 결의로 바꾸고, 대표이사가 맡는 이사회 의장직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항공의 지분 11.09%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이사 선임 방식 변경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총에서는 대한항공 이사회의 원안대로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대다수 상장 기업이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 것과 달리 정관에서 이사 선임과 해임을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했다.
지난 1997∼1998년 외환위기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행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처럼 정관을 변경해 유지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관은 작년 3월 고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결정적 요인이 꼽혔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주총에 상정된 사내이사 선임 의안 표결에서 찬성 64.09%, 반대 35.91%로 절반을 훌쩍 넘었음에도 지분 2.6%가 모자라 사내이사 자격을 상실했다.
대한항공은 똑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주총에서 미리 정관을 변경해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사수하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주총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이 사내이사 연임을 가결했다. 또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과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박현주 SC제일은행 고문 등 3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 고문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조 회장은 서면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수요 감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상의 안전운항 체계를 상시 유지하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미주·아시아 네트워크를 계속 확대하는 동시에 유럽·동남아 등 중장거리 신규 노선을 적극 개발하겠다"면서 차세대 신형 항공기 도입을 통한 기내서비스 업그레이드, 보유 항공기의 가동 시간 확대와 수익성 중심의 노선 구조 개편을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 등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