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올려받을 속셈?...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 ‘무급휴직’ 통보
분담금 올려받을 속셈?...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 ‘무급휴직’ 통보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3.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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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근무조차 불허...방위비 협상 유리하게 이끌 '압박' 카드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주한미군이 지난 25일부터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다음 달 1일부터 강제 무급휴직에 들어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돈 때문에 한미 동맹의 기본인 한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내팽개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급휴직 최종 결정 통지서’가 우편 형태로 개개인에게 발송됐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이날 한국인 직원 9000여 명 중 절반 넘는 5000여명에게 개별적으로 통지서를 보냈다. 통지서에는 “귀하는 2020년 4월 1일부터 무급휴직 기간 종료가 통지될 때까지 무급휴직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보직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남은 자금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미 간 방위비 협상이 미뤄지면서 자금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또 “무급휴직 기간 동안 비급여, 비업무 상태”라고 명시했다. 게다가 자원 근무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동자는 근무지에서 벗어나 있어야 하며, 업무와 연관된 어떤 일도 수행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 차원의 출근투쟁을 사전에 저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미 각국 대표들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
한미 각국 대표들이 방위비분담금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7~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모든 임금을 부담하겠다며 인건비 부문 협상 타결을 우선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이 공식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미국은 인건비 문제를 합의해주면 한국이 분담금을 대폭 인상에 합의하도록 압박할 카드가 사라지게 될 것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인 직원을 ‘볼모’로 잡아 분담금 협상을 미국에 유리한 구도로 이끌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즉 돈을 더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한미는 제11차 SMA 체결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터무니없는 증액을 요구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올해 분담금으로 당초 50억 달러를 요구하다 현재는 40억 달러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10% 정도의 상승률을 예상하는 한국은 여전히 비현실적인 액수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분담금은 1조389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3700억원(40%)이 한국인 노동자 임금에 투입됐다.

미국의 비합리적 압박도 문제지만, 미국의 입만 바라보고 있던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40억 달러라는 상식 밖의 거금을 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무급휴직을 사전 통보했을 때, 발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선한 의지’가 발휘되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대처라는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한미가 공평한 분담금 협정 합의에 이른다면 무급휴직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압박해오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자에 대한 무급휴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자에 대한 무급휴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전례 없는 무급휴직 사태만큼은 막기 위해 1인 시위 등을 이어가고 있다. 수천 명의 무급휴직 대상자의 생계 문제가 걸린 생존 투쟁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무급휴직 대상자와 비대상자 사이 ‘어색한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노동자들 간 이른바 ‘갈라치기’가 이뤄져 분열이 조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위비 협상 때마다 노동자들이 볼모가 되는 것을 정부는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인한 무급휴직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은 SOFA 노무조항을 근거로 한국 노동법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며 “대한민국 땅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노동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강태욱 노조 정책국장은 “남은 시간 동안 한국 정부는 미국 쪽에 좀 더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해 끝까지 협상을 하고, 미국도 양보해 사상 초유의 무급휴직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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