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 배상 권고에 대한 시중 은행들의 눈치 보기에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배상 권고를 거부하기로 결정한 한국씨티은행과 산업은행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비판에 이어 투자자 모임인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가 최근 이들 은행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한국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고객기만행위”라며 규탄했다. 앞서 두 은행은 지난 5일 금감원의 키코 배상 권고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씨티은행은 피해기업인 일성하이스코에 대해 배상액인 6억원을 초과하는 규모의 미수채권을 감면해줘 추가 배상은 어렵다고 했다. 산업은행은 법률 검토 결과 금감원이 배상 근거로 삼은 적합성의 원칙 및 설명의무 사실관계에서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성명을 통해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조정안에 대한 이사회 논의조차 없이 단박에 거부했다”며 “씨티은행은 키코 상품을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여와 키코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일말의 반성도 없는 부도덕한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은행들이 배상 권고 수용을 망설이는 이유인 ‘업무상 배임’ 우려에 대해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배상 권고를 거부하면서 이미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 10년이 지나고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안에 대해 배상하는 것은 자칫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공대위는 “배상결정이 은행 경영진의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고객 신뢰 회복과 지속적 거래관계 유지, 평판개선, 은행의 공공적 성격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경영판단의 범위에 속하며, 은행에게 일방적으로 손해만을 입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은행이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으로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배임에 해당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선 지난 10일 시민단체 변호사단체 등 5개 단체도 공동성명을 통해 두 은행을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주빌리은행·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는 10일 '키코 분쟁조정안 거부한 씨티·산업은행 규탄한다' 제목의 공동성명을 통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더라도 임의변제가 가능하다"며 키코 사태 관련 은행들이 피해 기업 구제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금융정의연대 등은 "은행들이 여전히 키코 사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서지 않아 피해 기업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있다"면서 “진정한 피해 구제는 피해 기업들의 경영권 회복이며, 키코 사태 가해자인 은행들은 이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이 고민하고 있는 배임 소지에 대해서는 "당사자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은 의무의 이행이므로 법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소멸시효가 완성된 건이라도 임의변제가 가능하다. 은행들이 배임을 운운하면서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키코 사태 당시 대다수 기업들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피해 기업들의 대주주가 유암코로 전환됐고, 일성하이스코의 경우 유암코 지분이 무려 95%에 달한다"며 "결국 은행들이 내놓은 배상금이 은행들의 손으로 다시 돌아가는 형국"임을 폭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