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백종국 기자] 한솔제지 등 제지업계가 3월부터 인쇄용지 가격을 올려 받아 주 고객인 벽지제조업계와 출판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제지업계의 ‘담합’ 시도 의혹을 이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본지 3월5일자 관련기사 참고>
이에 따라 공정위는 조만간 한솔제지 등 제지업체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공받아 조사착수 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카르텔 조사과 관계자는 9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지업계 정황을 모니터링 하여 담합 혐의 정보가 입수되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담합을 규정하는 것은 외형상 담합을 위한 의사 연락과 가격 변동, 그리고 그로 인해 얻은 이익이다. 현재는 ‘담합’의 초기단계로서 제지업계가 뚜렷한 이익을 얻지는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관련 소비처에서 손해를 본 상황은 아닌 것이다. 3월분 출고분에 대해 인상이 적용되므로 4월에는 세금계산서 등을 통해 ‘담합’ 정황여부가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지업계의 담합 시도와 관련하여 1위 업체로 대리점에 가격 인상 협조공문을 발송한 바 있는 한솔제지에 회사 입장을 알아보려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전주페이퍼 관계자는 “담합은 물론이고 가격 인상을 결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전주페이퍼의 유일의 대리점을 자처하는 J사 대표는 “다른 제지사들이 3월부터 인쇄용지대를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전주페이퍼로부터는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제지 관계자는 “담합에 대한 오해 때문에 제지업계 사람들은 만나지 않는다. 한솔제지는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펄프 값이 오르지 않았다고 하지만 최근 2년간 오름 추세에 있다”며 가격 인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밖에 제지업계 대리점은 ‘담합’과 관련해 입단속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에 억울함을 호소한 벽지업체 등에 이번 ‘담합’이 외부에 알려져 봤자 좋을 게 없다는 논리로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제지업계는 이번 ‘담합’을 이처럼 교묘한 방법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체 대표는 “지난 2016년 담합 행위로 적발되어 과징금을 물은 제지업계가 이번에는 모든 제지사들이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공문을 대리점에 발송하지 않고 1위 업체만 공문을 발송해 담합 증거를 없애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위 업체의 가격 인상에 다른 업체들은 따랐을 뿐이라는 식으로 꾸미고 있다는 것이다. 공문도 대표 명의가 아닌 본부장 명의로써 공정위 적발 시 위험을 줄이려 하고 있다. 가격 인상의 주체가 제지사가 아닌 대리점인 것처럼 만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들의 꼼수가 제지사들끼리의 연락과 대리점과의 협의 없이 진행되기는 힘들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한 소비처 업체 대표는 “제지사들이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관련업체 사람들은 진실을 다 알고 있다”면서 “원지 값 인상은 한계에 몰린 소비처 관련업자들 보고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지업계의 담합은 한 두 번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제지업계는 지난 2016년 외에도 2013년과 2012년에도 담합을 했다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제지업계의 담합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과징금이 담합으로 인한 이익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담합 행위를 적발하는 노력 못지 않게 과징금을 대폭 인상하는 법률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