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강력한 매각 의지를 보였던 KDB생명 매각 입찰절차가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사실상 산업은행이 과징금을 내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KDB생명의 최대주주는 산은이 투자한 사모펀드(PEF)고 PEF는 최대 10년까지만 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는데, 이번 3월이면 10년째 주인 찾기에 실패하는 셈이다. 산은은 매각에 총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을 경우 과징금을 물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 KDB생명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KDB생명 지분 92.73%(8800만주)와 경영권을 넘기려는 의지와 달리 아직까지 마땅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예비입찰에 문을 닫지 못했다.
KDB생명 예비입찰에는 중견 PEF 두세 곳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추가 매수 희망자를 위해 입찰을 열어두고 있으며, 잠재 매수자가 나서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 매각 절차의 지지부진에는 매각가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산은은 6000억~8000억 원 수준의 매각가를 기대하고 있지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PEF는 2000억 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지난 10년간 KDB생명에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의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매각가를 낮추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매각가를 유지하면 매각자체가 어려워져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문제는 KDB생명 매각이 더 늦어지면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돼 금융감독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사가 아닌 PEF 등은 금융사를 최대 10년까지만 지배할 수 있다. 산은은 10년 전인 2010년 3월 공동 운용사(GP)인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케이디비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설립한 바 있다.
산은 관계자는 "매각 무산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매각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매각 시도는 2010년 이후 네 번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입찰금액이 산업은행의 기대수준보다 낮더라도 매각을 마무리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산은은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 가능성과 그 규모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선 PEF가 10년 이상 금융사를 보유했던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KDB생명의 지분을 가진 PEF와 SPC에 과징금을 부과하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