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25일 국회에서는 김영삼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YS는 어떤 사람인가.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단식을 맨 먼저 했다. 정치인 단식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YS는 군사정권에 몸으로 항거했던 사람이다. 그 결과 군부독재를 종식시킬 수 있었다. 적어도 민주화 운동 만큼은 평가받을 수 있는 인물이다.
추모식에서 한국당은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가 작심한 듯 고언을 쏟아냈다. 그는 “국민들은 한국당을 지금 썩은 물이 가득 차 있는 물통으로 보고 있다. 이 썩은 물이 가득찬 곳에 맑은 물 몇 바가지 붓는다고 해서 그 통의 물이 맑아지냐. 썩은 물을 버리지 못하면 통 자체를 버릴 수 밖에 없다”면서 “그것이 지금 한국당과 여러 당원, 의원님들이 처한 그런 상태”라고 꼬집었다.
황교안 대표의 단식 투쟁에 대해서도 “황 대표가 이 추운 겨울에 단식 투쟁에 나서도 조롱밖에 나오지 않는 것은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왜 감동을 주지 못했나. 김영삼 대통령이 하셨던 것처럼 희생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들 뭘 희생하셨나, 뭘 버리셨냐”고 반문했다. 홍 교수의 지적이 맞다. 황교안이 희생한 것이 있는지 묻고 싶다. 머리 깎고, 단식한다고 그것을 갈음한다고 할 수 없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홍 교수는 “모든 공천과 관련한 권한을 내려놓고 외부의 명망 있는 인사들로 독립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구성해, 공천을 공관위에 백지 위임하라“고 도 했다. 보수 통합에 관해 홍 교수는 “많은 국민들은 ‘그 밥에 그 나물’로 순서만 바뀌어서 오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모두 그만두어야 한다. 죽어야 산다”고 희생정신을 주문했다.
홍 교수가 일갈한 것도 앞서 김세연 의원의 요구와 맥이 닿아 있다. 황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용퇴를 포함한 더한 것도 해야 야당이 살지 모른다. 국민들도 그것을 바라고 있다. 가령 황교안의 불출마 선언이다. 그런 다음 백의종군하라. 혹 출마한다면 험지 중 험지를 선택해야 한다. 비례대표도 맞지 않다. 그런 희생정신을 보여주어야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다. 단식이 일각에서 조롱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죽어야 산다”는 말을 되새기기 바란다. 지금 황교안은 총선도 그렇지만, 다음 대선까지 노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욕심쟁이로만 비친다. 아마 홍 교수도 그것을 지적했을 것이다. 자기를 희생해 당을 살릴 수 있다면 용퇴 이상도 해야 한다. 솔직히 황교안에게 그런 마음이 있는지 묻고 싶기도 하다.
정치인은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 물러나더라도 때가 있다. YS는 그것을 알았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는 유명한 일화도 남겼다. 한국당에 새벽이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숙고해 보라. 지금처럼 거리에 눌러 앉는다고 될 일은 아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