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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 오풍연
  • 승인 2019.10.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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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검찰 위에 또 다른 검찰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 없어

[오풍연 칼럼] 지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면 검찰 개혁 반대 세력으로 찍힌다. 그래도 할 소리는 해야 되겠다. 나는 분명히 반대한다. 굳이 설치할 이유가 없어서다. 우선 이름부터가 못마땅하다. 이 법안을 만드는 사람들이 “우리를 잡아가시오”라고 호소하는 것 같다. 그 당사자들도 대상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수석급 이상, 장차관, 판검사, 국회의원 등이 수사 대상이다. 한국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모두 포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 물어보자. 그동안 이 같은 기구가 없어서 고위공직자범죄에 손을 대지 못했나. 그것은 아니다. 나는 1987년 가을부터 법원검찰을 출입하면서 대형 사건 수사를 수없이 보아왔다. 1989년 5공 비리 수사 때는 대검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부가 동원됐다. 이른바 5공 당시 실세들을 모조리 잡아넣었다. 나는 당시 장세동 전 안기부장의 구속영장이 집행돼 서울구치소로 향할 때 검찰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적이 있다. 내가 기자단 대표로 탔다.

 지금도 생생하다. 장씨가 한 말이. “기자분도 수고가 많습니다.” 그리고 악수를 건넸다. 장씨는 꼿꼿한 자세로 재판을 받았다. 마지막 최후 진술도 인상적이었다. 딱 세 마디였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다. 죄가 된다면 달게 받겠다. 재판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과정도 지켜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뒤 전두환ᆞ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될 때도 현장에 있었다. 공수처가 없었는데도 이들 역시 구속수사를 했다.

 공수처의 취지는 이렇다. 대통령 주변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손을 대라는 뜻이다. 하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심리가 더 강하다. 검찰이 손을 못 대도록 미리 공수처로 가져와 권력 누수현상을 막아보자는 취지일지도 모른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하는 것을 보라. 윤석열 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이었던, 조국 전 법무장관에 칼을 대니까 정권 차원에서 반발하며 검찰을 옥죄고 있다. 공수처가 있었다면 공수처가 수사를 했을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정권이 엿 바꿔 먹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한다. 검찰은 대놓고 반대를 하지 못한다. 마지 못해 수긍하는 입장이다. 그것마저 반대하면 정말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고 비난을 받을까봐 그럴 게다.

거듭 강조하건대 검찰 개혁은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데 맞춰지면 안 된다. 검찰의 의식 개혁이 더 중요하다. 검사 한 사람 한 사람이 검찰권을 똑바로 행사한다면 이런 얘기가 나오겠는가. 공수처는 검찰 위에 또 다른 검찰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입 맛에 맞는 사람들을 앉히려고.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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