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상당수 생명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을 팔아 봐야 남는 것이 없자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정부의 눈치 등으로 계속 팔 수 도, 안 팔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생명보험회사들은 팔수록 손해만 늘어 순익감소의 주요원이 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실손보험을 취급하지 않는 문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그동안 중소형사를 중심을 일부 생보사들은 실손보험이 영업손실의 주범으로 부상하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자 실손보험 판매를 접었다. 지난 2년간 실손보험 판매중단을 결정한 생보사는 DB생명, KB생명, DGB생명, KDB생명, 푸본현대생명 등 총 5곳이다.
지난 2017년 ‘착한 실손보험(신 실손보험)’이 출시될 때만 하더라도 14개 생보사가 실손보험을 취급했지만 이제 9곳만이 판매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기존에 판매했던 단체실손보험의 개인실손보험 전환 상품만 남겨둔 상태다.
생보사들이 실손판매를 중단한 것은 높은 손해율로 손실만 불어나기 때문이다. 손해율이란 거둔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이 어느 정도인가를 나타내는 비율인데 이 비율이 100% 이상이면 보험사는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지급된 보험금이 더 많아 적자를 본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9개 생보사의 실손 손해율은 일제히 100%를 웃돌았다. NH농협생명(129.3%)이 가장 높고 이어 동양생명 (123.0%), 신한생명(121.9%) 등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최근 3년간 이들 생보사의 손해율은단 한번도 10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팔면 팔수록 손해였다는 이야기다.
생보사들이 적자수렁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사업비를 대폭 줄이든가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나 사업비는 그동안 최대한 줄어 더 이상 줄일 부분이 없다고 생보사들은 하소연한다. 그럼 보험료를 인상하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요금을 통제해 보험료 인상이 쉬운 일이 아니다. 생보사들은 실손보험 판매로 적어도 적자는 나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야 하나 당국의 통제로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생보사들은 실손보험 판매중단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판매중단의 여파가 다른 상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있다. 현재 34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약 20%는 생보사를 통해 가입했다. 이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구축한 비용이나, 향후 발생할 보험금 청구를 감당하려면 새로운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필요한데 이것이 매우 어려운 문제다. 생보사들은 이 때문에 쉽사리 실손보험판매를 중단할 수 없는 고민을 안고 있다.
실손보험은 자동차보험처럼 소비자의 접점역할을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 보험판매를 중단하면 다른 상품판매가 큰 타격을 받기 마련이다. 생보사들은 그래서 손해가 나더라도 실손보험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유지해야할 입장이다. 하지만 적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어서 생보사들은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