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KT 새노조가 노동부에 KT의 계열사 KTcs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을 막아달라고 진정했으나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노동부의 조사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KT는 좀처럼 불법파견을 시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KT 새노조는 노동부에 KT의 불법파견문제 조사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새노조는 19일 최근 낸 성명을 통해 하이마트에서 KT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KTcs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을 조사해 달라고 증거를 첨부해 진정서를 낸지 9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KT새노조 KTcs지회(지회장 이재연)는 "제출한 증거자료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노동부가 관련 실태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수사중'이라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노동부가 노동부가 조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인지 KT는 "불법파견 진정 이후에도 KT가 KTcs 소속 직원 교육에 관여하고 있다"며 아직도 불법파견을 지속하고 있다는 관련 증거를 공개했다.
KTcs 노동자들은 KT의 불법파견의혹을 의심치 않는다. KKT와 도급계약을 맺고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KTcs는 소속 직원을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같은 대형 가전마트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따라서 도급계약을 한 KT는 KTcs 현장 직원에게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관여하면 불법파견인데도 아직도 이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KT는 그동안 이들 노동자들을 직접 관리해 불법파견 의혹을 샀다. 이들은 대형 가전마트에 파견된 직원은 주기적으로 판매실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을 통해 KT에 보고했다. KT 직원과 KTcs 직원 간 혼재교육도 수시로 이뤄졌다. 노조는 이는 도급계약으로 위장한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주장했다.지회는 마침내 지난해 11월 KT의 이같은 행위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이라며 대전지방노동청에 KT가 KTcs 직원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려 달라고 진정했다.
그런데도 KT는 불법파견 의혹을 사는 행위를 중단치 않았다. 지회는 이날 공개한 자료에서 조합원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KT 직원과 KTcs 직원의 혼재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지난 6월 KTcs 서부지사 소속 직원 10여명은 한 KT지사에 모여 월 실적을 보고하고 5G 휴대전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영상을 시청하는 집합교육을 받았는데 이 자리에는 KT 직원이 함께했고 교육이 끝난 뒤 회식에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KT 직원은 실적이 우수한 KTcs 직원에게 상품을 주는 시상식을 열었다. 이 지회장은 "조합원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KT 직원이 교육에 참석하고 시상하는 등 불법파견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T는 불법파견이 논란을 빚자 이를 피하기 우해 KTcs 직원을 중간관리자(파트장·그룹장)로 두고 그들에게만 업무지시를 하는 것처럼 지시체계를 바꿨다. KTcs의 노동자는 직원에 대한 직접지시는 많이 줄었지만 중간관리자를 매개로 이전과 동일하게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KT의 불법파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원인은 노동부가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있다고 새노조는 주장했다. 지회는 대전지방노동청요청으로 전국 단위로 불법파견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와 그 중 상당수 수도권 쪽 지사에서 수집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했지만 대전지방노동청은 수도권 실태조사를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방노동청은 진정을 한 후 9개월 동안 대전지역 내 영업점에서만 실태조사를 두 번 진행했다.
노조가 추가로 제출한 자료에는 KT가 전국 KTcs 지사를 대상으로 판매 활동 독려를 위해 벌인 '대형유통 1등 매장만들기 성공사례 공모' 등이 포함됐다. KT가 우수지사에 지급하는 시상금은 "유지·판촉비 예산을 이관"해 마련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는 KTcs 직원 포상금에 KT가 직접 관여한 증거로 보고 있다.
진정인측 박사영 공인노무사(노무사 사무소 하율)는 "KT가 KTcs 소속 직원에게 직접 지시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게 되면 수도권 지역에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수사가 지체된다는 지적에 "진정서에 참고인들이 많고 참고인들 진술 내용과 자료 등을 검토·확인하고 있다"며 "대전지역에 국한해 실태를 파악한다고 (진정인측과) 사전에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진행상황과 관련해 대전노동청 관계자는 "KT 임원을 빼고 참고인 조사는 모두 완료했다"며 "다음주에 KT 임원을 부르고 진정인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