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선친이 해외에 남겨둔 수백억원대 규모의 스위스 예금 채권을 상속받고도 상속계좌를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조남호(68)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60)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게 각각 벌금 20억원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김유정 판사는 26일 국세 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남호·정호 회장 형제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김 판사는 “선친 사망 이후 5년간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 (선친의 스위스 예금 채권) 계좌를 인식하고도 회피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김 판사는 양형을 두고 “피고인들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세금을 일부 납부했거나 납부할 예정으로 보이는 점, 조남호 회장의 경우 20년 전 받은 벌금형 외에 다른 범죄사실이 없고 피고인 조정호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양호·남호·정호 형제는 선친인 조중훈 회장이 2002년 사망하면서 총 450억원에 이르는 스위스 예금 채권을 상속받았으나 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각각 벌금 20억원을 약식명령 청구했다.
최근 조양호 회장이 사망하면서 조양호 회장의 혐의에 대해선 검찰이 공소기각 처분을 내렸지만, 남은 두 형제는 “20억원의 벌금이 과도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조 회장 삼형제는 부친 사후 재산 상속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며 일명 '형제의 난'을 겪기도 했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조남호 회장은 "선친의 상속재산으로 형사 법정에서게 돼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돌이켜보면 그동안 형제간 다툴 일도 아닌 일로 다퉜는데 조양호 회장이 사망하고 나니 모든 것이 아쉽고 허무하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호 회장도 "같은 마음이고 선처를 부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형제의 변호인도 결심공판에서 “조남호 회장은 경기 불황으로 한진중공업 경영권을 잃었고 한진중공업홀딩스가 가진 중공업 주식도 모두 소각됐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또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 금융지주의 사내이사로서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조 회장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임원직을 상실하고 사실상 경영권도 박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