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현정 기자] 그동안 편법승계 논란 등으로 떠들썩했던 사조그룹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사조해표에 이어 사조산업까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편법승계 의혹이 해소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지는 조사라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그룹 전반에 대한 조사로 확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4월 초 서대문 사조산업 본사에 서울청 조사1국 인력을 투입해 세무조사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받는 정기 세무조사로 알려졌으나 그간의 편법 승계나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의혹이 제기돼 온 만큼 보다 면밀한 조사가 이뤄 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지홍 상무, 세금 한 푼 안내고 편법승계
이 그룹의 핵심 회사는 7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조산업이다.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는 오너 일가가 아닌 사조시스템즈라는 계열사다.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 용역·경비업, 전산 등을 하는 비상장사로 대부분 계열사 일감으로 매출을 올린다.
사조시스템즈의 대주주는 장남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40·39.7%),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68·13.7%)이다. 주 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지홍 상무 → 사조시스템즈 → 사조산업 → 사조해표·사조대림·사조씨푸드 등’ 계열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분만 봤을 때 이미 3세로 승계가 완료된 상태.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아버지가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승계를 마쳤다.
주 회장은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에 사조산업 지분 75만주(15%)를 사조시스템즈에 팔았다. 또 사조시스템즈는 2015년 12월 사조산업 지분 33만9000주(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했다.
이렇게 해서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은 2014년 1.97%에서 2년 만에 23.75%로 껑충 뛰어 그룹 지배력을 갖추게 됐다. 사조시스템즈는 주식 매입에 약 480억원을 썼는데, 매입 자금은 일감 몰아주기로 마련할 수 있었다.
1982년 설립된 사조시스템즈는 자본금이 2억7천만원에 불과했지만 계열사 내부거래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0~2016년 내부거래 비중이 56~91% 등으로 계열사로부터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2010년 57억에서 지난해 318억원으로 6년 사이 6배가량 늘었고, 자산도 같은 시기 241억원에서 1541억원으로 6배 이상 커졌다.
주 상무가 주 회장의 사조산업 주식 75만주를 물려받았다면 240억원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를 이용해 3조원대 그룹을 세금 한푼 들이지 않고 지배하게 됐다. 전형적인 ‘편법승계’라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