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내미림 기자] 전국 10개 도시 30개 모텔에 ‘1㎜ 초소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투숙객 1600여 명을 몰래 촬영하고 무료로 중계하다 사생활 장면 나오면 유료로 전환해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숙박업소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을 촬영한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몰카 촬영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한 사례가 적발된 건 처음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몰래카메라를 촬영·유포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모(50)·김모(48)씨를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임모(26)·최모(4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올해 3월3일까지 전국 10개 도시 숙박업소 30곳에서 촬영한 몰카 803개를 자신들이 운영하는 유료사이트에 생중계해 3개월 동안 약 700만원을 챙긴 혐의다. 몰카에 찍힌 투숙객은 1600명에 달한다.
박씨는 과거 웹하드 사이트를 운영하며 알게 된 김모씨(48)와 해외 서버에 몰카 생중계 사이트를 개설해 범행을 저질렀다. 사이트 회원 4099명 중 유료회원 97명으로부터 월정액으로 44.95달러(한화 약 5만원)를 125회 결제받았다.
박씨는 객실을 짧은 시간 사용하는 ‘대실’ 서비스를 이용해 숙박업소를 돌며 TV 셋톱박스· 콘센트·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 작은 구멍을 뚫고 무선 IP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는 렌즈 크기가 1㎜에 불과해 육안으로는 식별되지 않는다. 김씨는 박씨가 카메라를 설치하면 정상 작동 여부를 원격으로 확인했다.
이들은 이렇게 설치한 몰카를 통해 작년 11월 24일부터는 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만들어 투숙객들의 영상을 생중계했다. 사이트 회원은 4099명, 이중 97명이 유료회원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들은 유료회원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 생중계 영상 무료 제공, 녹화 영상을 생중계 영상물처럼 게시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IP주소를 세탁해 해외 서버를 관리·운영하거나 컴퓨터에 암호화 프로그램을 설치해 놓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함께 입건된 임씨는 중국에서 카메라를 구매해 들여오고 대금을 결제하는 일을 맡았고, 최씨는 사이트 운영자금 3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작년 12월 초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피의자를 차례로 검거하고 모텔에 설치된 카메라를 모두 철거했다. 다만, 이들이 촬영한 영상이 다른 인터넷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유포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무선 IP카메라를 효율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기법을 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탐지기는 카메라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나 적외선을 포착하는 방식이라 카메라에 가까이 다가가야만 탐지가 가능했다. 반면 이번에 개발한 탐지기는 무선 IP카메라가 통신할 때 발생하는 고유 기기번호와 신호 세기를 결합하는 방식이라 수m 떨어진 곳에서도 탐지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숙박업소 측에서는 객실 내 셋톱박스와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스피커 등에 틈새나 작은 구멍이 뚫린 곳, 불필요한 전원 플러그가 꽂힌 곳 등이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면서 "이용자는 객실 불을 끄고 스마트폰 불빛을 켜 렌즈가 반사되는 곳이 있는지 살피면 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당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