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 캐치프레이즈 수준으론 안 돼
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 캐치프레이즈 수준으론 안 돼
  • 권의종
  • 승인 2019.02.0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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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에 걸린 ‘혁신’, 너도나도 ‘신(新)과 함께’...실천 뒤따르지 않는 계획은 없느니만 못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혁신’ 열풍이다. 너도나도 혁신 타령이다. 정부 발표나 언론 기사에 혁신의 단어가 즐비하다. 인기 대중가요 표현을 빌리자면, ‘여기도 혁신, 저기도 혁신, 혁신이 판친다’. 의미나 제대로 알고 떠드는지 의문이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우스꽝스런 제목이 실렸다. “혁신제품 발굴하는 ‘혁신조달’로 경제혁신 이끌겠다.” 조달청장의 인터뷰 기사였다.

혁신 조달은 뭐고 경제 혁신은 뭘 뜻하는 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그저 혁신만 들먹이는 게 어색했다. 혁신이 무슨 뜻인지 사전 한번 찾아보지 않은 듯 싶다. ‘도청이 소재한 신도시를 혁신도시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는 다른 기사도 멋쩍기는 마찬가지였다. ‘혁신도시’가 어떤 도시를 뜻하는지, 몇 번을 읽어봤지만 도무지 감조차 잡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올해는 ‘혁신’이라는 단어를 지겹게 들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을 여러 번 언급한 때문일까. 정부나 공공기관의 자료를 보면 말끝마다 혁신이다. 조직이나 기구 명칭에까지 혁신을 끌어다 붙인다. 누가 누가 잘하나 경쟁하는 모습이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몇 번 사용했는지를 기관장 업적평가 지표에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혁신(革新)이 무엇인가? 말 나온 김에 확실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는 사전적 정의다. 한마디로 변화를 뜻하는 단어다. 변화의 언어도 여럿이다. 개선(改善)은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 쇄신(刷新)은 그릇된 것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하는 뜻이다. 개혁(改革)은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서도 기관마다 ‘혁신 타령’...의미나 제대로 알고 하는 지 의문

혁신에 대한 언급은 현 정부가 처음이 아니다. 역대 정부들이 하나같이 경제정책의 화두를 ‘새로움’에서 찾았다. 모두 ‘신(新)과 함께’를 외쳤다. 초대 이승만 정부는 ‘재건(再建)’의 용어를 즐겨 썼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와 산업시설 재건을 위해 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박정희 정부는 초기에는 ‘쇄신(刷新)’의 단어를 사용하다 집권 후반에는 ‘유신(維新)’의 용어까지 동원했다. 장기독재, 철권통치를 이어가려는 언어의 긴급조치였다.

전두환 정부는 전임 정부가 쓰던 쇄신의 용어를 폐기처분하고 ‘정화(淨化)’로 대체했다. 불순하거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겠다는 명분이었겠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정화는커녕 부조리와 부패만 창궐했다. 김영삼 정부는 한국병(病)을 들먹이며 ‘신(新)한국’, ‘신(新)경제’를 내세웠다. 기존의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을 중단시키고 신경제5개년개획까지 새롭게 발표했다. 경제활력 회복과 선진 경제권 진입을 노렸으나 종국에는 IMF 외환위기로 침몰하고 말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구조개혁과 ‘신(新)산업’ 육성에 초점을 두었다. 벤처거품 붕괴의 홍역을 치렀지만, IT 등 첨단산업의 초석을 다졌다는 공(功過)도 있었다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 정부를 표방했으나 4대강 사업 추진으로 ‘토목정부’의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創造)경제’를 내세웠다.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들겠다는 시도는 참신했으나 기실 창조물은 별무했다. 무사안일로 일관하다 임기도 못 채우는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의지는 다부지다.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혁신성장’을 3대 경제정책 기조로 내세웠다.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의 경제성적은 신통치 않다. 남북관계 개선 등 눈부신 외교적 성과에 비교돼 더욱 위축된 모양새다. 미중 간 무역분쟁, 블랙시트,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악재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내부 현안으로 성장이 지체되고 분배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경제는 결과로 보여줘야...현장서 체감되고, 국민들에게 실물 손에 잡혀야

일자리만 하더라도 대통령의 최고 핵심공약이지만 재정 지원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양적 확대라는 겉모습에 그치고 있다. 원인이야 어디 있든 경제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산업·기술 인프라 구축, 규제 개혁 등을 통해 현장의 피부에 체감되게 해야 한다. 국민들의 손에 실물이 잘 잡혀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비롯한 질적, 구조적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며 입을 모아 전하는 전문가들의 훈수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프랑스나 일본, 미국 등에서 세제 혜택 등 투자여건 조성으로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 남의 일로 먼 산 보듯 할 게 아니라,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가 긴요하다.

급하게 서둘러도 안 된다. 개혁의 실패는 큰 변화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성급히 추진하는 데서 비롯되는 바 크다. 혁신이라는 말에는 '급하게'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다. 과도한 욕심도 금물이다. 획기적 변화만 혁신이 아니다. 혁명처럼 한꺼번에 강하게 밀어붙여야 제대로 된 변화인 걸로 오해해서도 안 된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반발이 만만찮고 복원력도 커 원래로 되돌아가기 쉽다. 소소한 개선이라도 꾸준히 하다보면 큰 혁신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발전을 위한 혁신 성장은 현수막 캐치프레이즈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역대 정부가 범했던 과오를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이제는 달라야 한다. 경제가 구호로만 작동될 리 없고, 혁신도 말로만 성취될 리 만무하다.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 계획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공염불로 끝난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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