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흔들기'가 시작됐다. 서울시가 앞장섰다.
서울시는 21일 광화문 지상과 지하 공간을 합해 기존 광장 보다 최대 5배나 넓은 시민 보행길 조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GTX-A 노선의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시청까지 이어지는 지하 공간을 활용, GTX-A(파주 운정∼서울∼화성 동탄)의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지하철 5호선 광화문, 1·2호선 시청, GTX-A는 물론 노선·선로를 공유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용산∼고양 삼송)까지 총 5개 노선을 품는 역이 된다.
서울시는 GTX-A노선에 광화문역 추가를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에 필요한 예산 10억 원을 확보한 상황이다. 연내 타당성 조사를 완료하고 국토교통부, 민간사업자(에스지레일 주식회사)와 협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역사가 빠진 채로 GTX-A 노선 사업이 확정된 사항이지만 추가로 교통수요 대응과 경제성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추가 역사 신설이 가능할 것으로 국토부도 공감하고 있다”며 “아직 비용 문제 등이 남아 있어 광화문역사 추가와 관련 타당성 용역이 끝나는 대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광화문역사 GTX-A 노선 신설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8월 광화문 역사 추가 신설과 관련 추가 건설비와 운영비 손실에 대한 비용을 모두 시가 부담하면 검토를 개시할 것으로 고지한 바 있다”며 “이후 추가적으로 협의가 진전된 사항은 없다. 이미 지난해 말 착공을 시작한 상황이라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약 3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GTX-A 노선은 총 83.1㎞ 구간, 10개 정거장을 평균 시속 100㎞로 달리며 수도권 남북을 잇는다. 서울에서는 연신내, 서울역, 삼성역, 수서역을 통과하는 안으로 설계됐다.
문제는 비용이다. GTX-A 노선은 지난달 27일 기존 설계안에 따라 공사에 착수했다. 광화문역이 추가되면 설계 변경은 물론 공사 비용 추가가 불가피하다. 서울시는 GTX 광화문역 신설 비용을 약 1천억원대로 추산하며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비용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건설비는 물론 운영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비까지 서울시가 부담하면 가능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요구대로 광화문역 신설이 받아들여지면 GTX 노선은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선 변경 선례가 돼 국회의원 등 정치권은 물론 GTX가 지나는 지역의 자치단체도 우후죽순처럼 노선 변경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 신설과 노선 변경으로 GTX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공사비 부담도 늘어난다. 당장 국토교통부도 “광화문역은 서울역과 가까워 철도 속도가 느려져 수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면서 "신규 수요까지 고려한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또 광화문 일대는 조선 왕조 5백년의 도읍지여서 각종 문화재가 매장돼 있다. 따라서 공사 전 지표조사를 하다 문화재 발굴 등 뜻밖의 상황에 부딪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광화문 역사가 신설되면 서울 도심 집중이 더욱 심화된다는 문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