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2:35 (토)
이랜드그룹 박성경 부회장 퇴진…“3040 임원 전진 배치”
이랜드그룹 박성경 부회장 퇴진…“3040 임원 전진 배치”
  • 연성주기자
  • 승인 2019.01.03 17:04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년 만에 부회장직 내려놓고 재단 이사로...그룹 자금난 속 리테일 상장 고육책인 듯
▲박성수·박성경 이랜드그룹 회장 남매
▲박성수·박성경 이랜드그룹 회장 남매

[금융소비자뉴스 연성주기자] 이랜드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났다. 또 박성수 회장도 미래 먹거리 발굴에만 전념할 예정이다. 이랜드그룹은 계열사 대표이사 직급을 부회장이나 사장급으로 올리고, 30~40대 임원을 주력 사업부문 대표로 배치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이랜드 총수 일가의 사실상 퇴진은 그룹 자금난을 해결할 이랜드리테일을 상장시키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랜드그룹은 3일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퇴진하고 이랜드재단 이사장을 맡기로 했다. 창업주인 박 회장의 동생인 박 부회장은 지난 1984년 이랜드에 입사한 후 여성복 사업부와 생산총괄사업부 대표를 거쳤다.

1994년에는 이랜드월드 대표이사와 디자인 총괄 진두지휘했고 2006년부터 이랜드그룹의 부회장을 맡으며 박 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을 이끌어왔다. 그는 부회장으로서 중국 거대 그룹, 아시아·유럽·미국 등 주요 그룹 회장들과 유대 관계를 맺으며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 등 그룹의 대외활동을 주로 맡아왔다

그러나 공격적인 경영만큼 부채도 커졌다. 2013년 말 이랜드의 부채비율은 399%에 이른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이랜드는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것으로 위기극복에 나섰다. 2013년 8월 박 부회장은 이랜드그룹의 외식 레저 계열사인 이랜드파크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같은 해 11월에는 이랜드월드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박 회장도 경영 전면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췄다. 박 회장은 계열사와 사업부별 자율경영이 이뤄지도록 미래 먹거리 발굴과 차세대 경영자 육성에만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 관계자는“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운영 체제를 강화하고 독립경영 체제를 확고히 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박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차세대 경영자 육성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또 주요 계열사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랜드는 이번 인사를 통해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 직급을 부회장 및 사장으로 격상해 경영상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랜드월드 대표와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맡아온 김일규 신임 부회장이 박 부회장을 대신해 회사를 총괄한다. 최종양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김일규 이랜드월드 대표는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김현수 이랜드파크 대표는 전무에서 사장으로 직급이 올랐다. 또 이은홍 이랜드베트남 대표를 아시아권 대표로 임명해 인도·베트남 시장 진출에 힘쓰도록 했다.

30~40대 젊은 임원 일부를 주력 부문 대표에 전진 배치하며 세대교체도 일부 시도했다. 이랜드월드 패션 부문은 최운식(40) 상무가 이끌게 된다. 최 상무는 스파오(SPAO) 사업 본부장을 맡으며 실적을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랜드파크의 외식부문 대표는 김완식(35) 외식 본부장이 맡는다. 외식시장 사정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애슐리 등 대표적인 외식 브랜드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실적을 인정받았다고 이랜드는 설명했다

이랜드월드는 그룹의 지주 역할을 하는 핵심 회사다.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이월드, 엘칸토, 이랜드서비스, 해외계열사 등을 지배하고 있다. 박성수 회장이 33.92%, 부인 곽숙재씨가 6.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는 2017년 재무구조 개선 작업과 1조원 자본 유치 작업을 동시에 마무리하는 목표를 세웠으나 투자자 중 일부가 투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상환 압박에 시달렸다. 이랜드가 갑자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것은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위해서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랜드는 당장 차입금 해결을 위해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랜드는 올해 이랜드리테일의 재상장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상장을 성공시키기 위한 승부수로 오너일가 퇴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수 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5월 기준 총자산이 8조3000억원으로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에 소속돼 있다. 계열사는 30곳이다. 공정위는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는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간 주식을 서로 투자하고 상대회사의 주식을 상호 보유하는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또 계열사간 순환출자도 금지된다. 정부의 감시는 점차 까다로워지는 상황에서 이랜드그룹이 자금난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랜드리테일 상장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월드가 지배(28.7%)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지난 2017년 신용등급이 ‘BBB-’(한신평)로 강등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랜드월드는 2013년 케이스위스(K-SWISS)를 약 2억달러(약 2195억원)에 인수했는데, 1억달러 자체자금으로, 나머지는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조달했다. K-SWISS의 FI가 2016년말 이탈하면서 이랜드가 1650억원의 자금을 떠안았다.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이랜드월드 투자자들은 115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해 조기상환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빌려준 자금을 조기 회수할 수 있도록 약정해놨는데, 신용등급이 내려가면서 기한이익상실 트리거가 발동됐다. 기한이익상실은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랜드는 한신평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초강수를 뒀지만, 법적 대응은 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불신이 커지면서 이랜드리테일 상장은 마침내 보류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은 이미 한번 퇴짜를 맞았기 때문에 상장심사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며"거래소에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