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KB국민은행이 약 4년 만에 상임감사 자리를 채우게 됐다. 그러나 감독관청인 금융감독원 출신이 내정됨으로써 또 다시 ‘금피아(금감원 마피아) 낙하산’ 시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민은행 상임감사는 지난 2014년 주 전산기 교체를 놓고 경영진간의 갈등인 ‘KB사태’ 이후 정병기 전 감사가 2015년 1월 사퇴 후 만 4년 가까이 공석상태다. 국내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만 상임감사가 없다.
국민은행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추천위원회는 18일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담당 부원장을 상임감사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주 전 부원장의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으면 이사회를 거쳐 이달 26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상임감사 자리, 2015년 1월 정병기 감사 자진사퇴 후 줄곧 공석 상태
국민은행 상임감사 자리는 지난 2015년 1월 정병기 감사가 자진사퇴한 후 줄곧 공석 상태다. 정 전 감사는 2014년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해 'KB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임원급이 아닌 감사부장이 상임감사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 여러 번 적임자를 찾기도 했지만 일부 ‘낙하산’ 논란으로 공백이 장기화됐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효율적인 감사 업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감사부장이 보좌하고 있는 탓이다.
감사 선임 작업은 임승태·권숙교·박순애·유승원 등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소속 사외이사 4인이 맡았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정관 변경을 통해 상임감사 선임 과정에서 은행장을 배제했다.
새 국민은행 감사 후보에 오른 주 전 부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금융감독원에서 비서실장, 총괄조정국장, 은행업서비스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금융위원회 금융개혁회의 위원을 지냈고 현재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과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금융권, "관치금융 잔재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 우려...전문성 갖춘 인사 절실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추천위원회는 "주 전 부원장이 보유한 감사 관련 전문성, 글로벌 감각 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연구소 대표,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등을 거치며 민간 회사에서도 검증된 역량을 보여 준 점 등이 종합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감사는 법인의 회계 및 경영상황을 감시·감독하고 내부 비리·부조리를 적발하는 직무감찰 기능을 맡는다. 경영상 중요한 결정도 감사를 거치기 때문에 권한이 막강하다. 따라서 장기간 비어있던 국민은행 감사 자리를 누가 맡느냐는 금융권의 큰 관심사였다.
허인 행장은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상임감사 자리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1년 넘게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고 최근에는 감사 추천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4년간 공백이었던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 자리가 ‘금융감독원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다는 점에서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의 잔재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임감사는 은행장과 함께 이사회에 참여하는 상근직원 중 ‘넘버2’의 자리인 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절실하다”며 “이번 인사가 정치권의 낙하산 시도에 따른 결과라면 차라리 지금처럼 공백을 유지하는게 국민은행에 이로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