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인 'J노믹스'의 틀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보수 경제학자인 김 부의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았지만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계속해 왔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경제자문기구로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6일 "김 부의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확인했다. 김 부의장은 최근까지 자신의 페이스북과 공개 석상에서 경제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왔다.
그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위기 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라며 "투자와 생산능력이 감소하고 있는데 공장 가동률마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는 경기국면 판단을 놓고 장외에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 부의장이 지난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지표로 보아 경기는 오히려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글을 올리자 김 부총리는 같은 달 "지금 경제 상황을 월별 통계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맞받았다.
김 부의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입장을 내는 등 청와대 측에 고언을 계속해 왔다. 8월에는 문 대통령을 단독 면담하면서 일자리·경제정책 악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제정책의 전환을 건의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김 부의장을 포함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와 자문기구 위원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했다. 김 부의장은 이날 간담회 참석 전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당시 오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김 부의장이 간담회에서 일절 입을 열지 않아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 부의장은 청와대 측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계속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고언을 수용해 지난달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5당 원내대표들과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에 합의했다. 김 부의장은 이로써 자신이 할 일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김 부의장의 사의 표명을 반려할 가능성도 있다. 김 부의장이 물러날 경우 향후 성장론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비판적 인사를 수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김 부의장은 앞서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 대통령은 "역할을 계속해 달라"며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의장의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