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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책 모색하는 공인회계사들...증원 반대 집회에 노조 설립
자구책 모색하는 공인회계사들...증원 반대 집회에 노조 설립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8.11.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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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증원 반대집회에 200명 몰려, 삼일회계법인에 노조 만들어져

주 52시간 도입에 대응책 부심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공인회계사 증원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공인회계사 증원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공인회계사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관련 입맛에 맞는 회계감사를 해줘 직업윤리 실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자구책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공인회계사 증원 반대 집회가 개최되는가 하면 국내 대표 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에 노조가 설립됐다. 

'공인회계사증원반대모임'에 속한 회계사 200여명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금융위원회의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증원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차가 낮은 회계사가 주를 이루는 공인회계사증원반대모임은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를 통해 집회 참가자를 모집했다. 당초 100여명이 호응할 것으로 봤으나 200여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회계감사 시장에서 공인회계사가 부족한 것은 공인회계사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감사업무를 담당해야 할 공인회계사들이 회계법인에서 너무 많이 퇴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만명의 등록 회계사 중 40%에 해당하는 7000여명의 공인회계사들이 회계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휴업 회계사이며 이렇게 회계법인에서 이탈한 자리를 1~3년차의 미숙한 회계사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회계사 수요가 늘어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시각은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산업 규모에 비해 회계사가 적다는 이유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1000명씩 선발해오다 2008년부터 900명 안팎으로 줄였으나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외부감사 대상이 확대되고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으로 회계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선발 인원 증원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회계사 증원 기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최중경 회장은 지난 9월 한공회 세미나에서 "회계사는 한번 선발하면 오랜 기간 동안 회계감사 서비스를 하는 만큼 멀리 보고 인력수급을 결정해야 한다"며 "AI(인공지능), IT(정보기술) 환경에서 회계사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상황에서 일시적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인력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설립 후 48년 동안 노동조합이 없던 국내 최대 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에 노조가 탄생했다. 회계법인 전체로도 처음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지난 15일 삼일회계법인지부가 설립 총회를 열어 노조 '에스유니온'(S-Union)을 출범하고 황병찬 초대 지부장을 선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일회계법인 노조 설립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이를 논의할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직원들 간 갈등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추진됐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7∼9일 치러진 근로자 대표 선출을 위한 3차 투표에서 출마자가 투표권자 대비 46%인 1천585표를 득표하는 데 그쳐 과반 찬성에 미치지 못해 당선되지 못했다. 노조는 삼일회계법인이 사측 입장을 수용할 인물을 후보로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사가 합의한 시간만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는 재량근로제를 시행하면 이후 사측이 대체 휴무나 급여를 보전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선거가 파행을 겪은 배경으로 꼽았다.

황 지부장은 "근로자 대표 선거에 대한 회사의 부당한 개입과 회사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노조 설립의 도화선이 됐다"며 "이런 부당함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우리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량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시간 외 근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회계법인의 회계사 임금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회계사 1천868명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규모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1971년 설립 이후 48년간 무노조 경영을 해왔다.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에서 노조가 탄생한 만큼 다른 회계법인에서도 노조 설립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총희 청년회계사회장은 "회계사들이 자본주의 파수꾼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은데 그 기저에는 과중한 업무와 책임에 몰린 젊은 회계사들의 열악한 현실이 있다"며 "매년 숙련 인력 1천명이 회계법인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설립돼 회계사들이 전문가적 양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설립으로 회계사들이 업무의 자율성과 직업윤리가 보장되면 기업 입맛에 맞는 OEM형 회계감사도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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