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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펀드 KCGI 공격에 조양호 한진 회장 경영권 위기
토종펀드 KCGI 공격에 조양호 한진 회장 경영권 위기
  • 이동준기자
  • 승인 2018.11.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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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2대 주주 등극...소액투자자 勢규합해서 경영권 도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기자] 국내 사모펀드인 KCGI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에 정면 도전했다.KCGI가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위치한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은 기관과 소액투자가들의 세 규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말 재판을 앞두고 있는 조 회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는 가운데 KCGI의 경영 참여 선언으로 입지가 더욱 흔들리게 됐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전날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9%를 취득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의 투자목적회사다. KCGI는 LK파트너스 대표를 지낸 강성부 대표가 만든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다.

업계에서는 KCGI가 지분 매입을 통해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를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을 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지분매입으로 KCGI는 조양호 회장(17.84%)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한진칼의 주주현황을 보면 조양호 회장 17.84%, 조현아 2.31%, 조원태 2.30%, 조현민 2.30%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28.95%에 달한다.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는 국민연금이 8.35%로 가장 많고 크레디트스위스 5.03%, 한국투자신탁운용 3.81%다. 숫자상으로는 3대 기관이 KCGI에 합류하더라도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보다 4%가량 부족하다.

소액투자자 환영 일색...내년 주총 표대결 전망

KCGI측은 개인투자가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진칼의 소액투자자 지분은 50%에 이른다. 이미 대부분의 소액투자자들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 사태를 겪으며 등을 돌린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빼앗겠다는 것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는 없을 것"이라며 "KCGI도 개인투자자들의 힘을 믿고 지분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진칼 소액주주들은 한진 오너 일가에 대한 KCGI의 경영권 공격에 환영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오너 리스크 때문에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본다. 지난 7월에는 조현민 전 부사장의 등기이사 문제로 진에어 면허가 취소될 뻔 했다.

한진칼 소액투자자는 "경영권만 바뀌어도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가는 최소 20%씩 오를 것"이라며 "오너 갑질 문제 등으로 주가가 계속해서 저평가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CGI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우호지분을 끌어모아 내년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한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 이사회 멤버 7인 중 3인의 이사와 감사의 임기 만료일이 내년 3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증권계 관계자는 "주총 대결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한진그룹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은 소액주주들이 KCGI에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 진퇴양난에 몰려

조 회장 일가가 한진칼의 경영권을 상실할 경우 그룹 전체 지배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한진칼은 주요 자회사로 대한항공 지분 30%, 진에어 지분 60%, 칼호텔네트워크 지분 100%, (주)한진 지분 22.2%, 정석기업 지분 48.3%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을 제외하면 조 회장과 특별관계자들은 대한항공 지분 3.4%, 한진 지분 12.4%를 보유하고 있다. 정석기업의 경우 자기주식을 제외하고 계산한 한진칼의 실질적인 의결권은 55.5%에 해당한다.

한진그룹은 조현민 전 대항항공 전문의 '물컵 갑질'사건 이후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줄기차게 받아왔다. 국민연금이 경영관리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행동주의에 나서려고 엿보던 운용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연구원은 "한진칼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및 총수일가의 이슈 여파로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기업"이라며 "행동주의 투자의 핵심인 사회적 지렛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 사례"라고 말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진퇴양난에 몰려 있다. KCGI의 2대 주주 등극 소식을 접한 한진그룹은 "아무것도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징계를 앞두고 있는 조 회장으로서는 '엎친데 덮친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앞으로 항공사업법을 개정하면 조양호 회장은 벌금형만 받아도 경영권을 상실할수 있는 상황"이라며 "공격적 성향으로 파악되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더구나 총수 일가의 일탈 행위로 한진그룹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 여론을 조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수백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 등을 받은 조 회장은 이달 말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으며 KCGI의 경영 참여 선언에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한편 조 회장은 KCGI의 경영참여 선언을 프랑스에서 보고 받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최근 프랑스 출장 길에 오른 조 회장은 현지에서 KCGI의 한진칼 지분 매집 소식을 보고 받았다.

한진그룹 인사도 "프랑스 출장 시점과 배경을 밝힐 수는 없지만 (조 회장이) KCGI의 한진칼 2대주주 지위 확보 및 대응방안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은 조 회장이 프랑스에서 KCGI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다는 점은 확인하면서도 한진칼 등 경영진에 어떤 대응 전략을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임원 선임·해임 이슈만 보더라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격 제기될 가능성이 커 조 회장으로서는 KCGI 압박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결코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으로서는) 자신과 관련한 형사소송 건에 집중하면서 정기 주총 전까지 국내외 기관 및 주주들을 상대로 우호세력을 넓혀가는 부담이 동시에 발생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KCGI는  강성부가 만든 토종사모펀드

강성부 KCGI 대표는 국내 대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다.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2005년 국내 최초로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본격 제기한 보고서를 펴냈다.신한금융투자에서 글로벌자산전략팀장으로 활약하다 지난 2015년 LIG그룹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LK파트너스 대표로 투자업계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해 6월 LK파트너스가 요진건설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기업 경영이 안정되자 인수한 지 2년 반 만에 지분을 팔며 높은 수익을 거뒀다.강 대표는 올해 8월 LK파트너스에서 독립해 나오며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를 설립했다. KCGI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로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뒤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전략을 추구한다.

KCGI는 토종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과거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을 공격한 미국계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우 글로벌 투자자본에 의한 국부유출 논란이 제기되면서 비우호적 여론에 직면해왔다. 그러나 KCGI는 국내 자본이기 때문에 이같은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다.

KCGI는 한진그룹 경영권 공격을 앞두고 국내외 기관투자가들과 물밑에서 지속적으로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힌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펀드는 회사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해당 주식 매각으로 표출한다"며 "합리적 이유를 갖고 경영권 분쟁에 나서면 스튜어드십 코드에 근거해서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5% 미만을 보유하고 있어 드러나지 않은 기관투자가들까지 '합종연횡'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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