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미국 정부가 오는 11월 중 국내 은행에 대한 경제적 제재(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Boycott)를 가할 것이란 소문이 돌자 금융당국이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국가와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업,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에서 미국 재무부가 다음 달 6일 중간선거 직전 국내 시중은행 한 곳을 상대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행사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루머가 돌았다.
금융권에 나도는 지라시에는 ‘미국 재무부는 이미 10월 12일 관련 내용을 한국 내 은행들에게 입장을 전달했으며, 어느 은행이 제재 대상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가가 무려 20% 가까이 폭락하는데도 연기금이 투여되지 않은 이유도 세컨더리 보이콧 과 관련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에 진척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미국 중간 선거를 공화당에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시도를 한다고 한다’는 미확인된 내용도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미국 재무부가 대북 사업 모니터링 일환으로 국내 은행 7곳과 전화회의(컨퍼런스콜)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지라시가 나돈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미 재무부가 국내 은행들에게 대북 제재를 준수하라고 요청한 것도 세컨더리 보이콧의 사전 행보라는 것이다.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자 금융위원회는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허위사실이나 풍문을 유포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31일 “미국 정부가 북한 송금과 연관된 은행에 제재를 추진한다는 풍문은 사실이 아니다. 관련 소문을 국내은행에 문의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풍문 유포 과정을 즉각 조사해 위법행위 적발 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지 않고 수출입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달러 환전·송금을 하려면 국제 금융 결제 시스템을 통해야 하고 미국 은행을 거쳐야만 한다.
따라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당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거래가 중단될 경우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심하면 파산까지 이를 수 있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적용했던 대표적인 대상은 이란이었다. 미국은 지난 2010년 6월 이란의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이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조치로 당시 ABN암로, ING, 바클레이,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각각 1억 달러가 넘는 손해를 입었다.
결국 이란은 원유 수출이 절반으로 급감했고 결국 2015년 미국과 핵 협상을 타결했다. 또 미국은 지난 2005년 마카오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이 북한의 자금 세탁에 이용됐다는 이유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했다. BDA는 미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거래까지 끊기면서 결국 파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