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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해보기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해보기
  • 임정덕
  • 승인 2018.10.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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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덕 칼럼] 인간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므로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거나 특히 미래를 예측할 때 감성적인 기대감에 빠지는 수가 있다. 한 장의 멋진 사진에서나 진솔해 보이는 한 마디의 말에 영향을 받아서 종래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특히 미래에 대한 바람과 난관이라도 극복해야 한다는 용기까지 포함되면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신뢰할 수 없게 스스로를 만들어 버린 상대와 거래하면서 앞으로의 상대방 의사와 행동을 짐작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간이 통계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은 고전경제학 이론에서나 가능하다. 자연과학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인과관계에 의한 변화나 오랜 관찰과 실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교섭이 계속되고 있고 그 불씨를 살리기 위해 국제적인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남한의 대통령이 교활한 정치인은 아니므로 지금까지의 언동으로 미루어 보아 국내의 반대세력이나 노선을 달리하는 야당 보다는 현재까지도 우리의 주적인 북의 수반에게 더 호감과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비핵화 예측은 더 어렵고 복잡하게 된다.

지금까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분석과 예측이 국내외를 망라하여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방법은 별로 사용되는 것 같지 않다. 즉 내가 김정은의 입장이라면 아니면 그 핵심 측근이나 지배층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며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다.

내(김정은)게 핵은 어떤 의미를 가진 무기인가? 나의 인생이나 통치의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가. 나의 권력기반이나 통치의 버팀목은 어떤 것들이 있나. 내가 핵무기나 그 개발능력이 없는데도 국제사회나 주변과의 관계에서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보여 주고 내어 주고 나면 그 주된 대가는 경제적인 보상일 것이며 그 경우 일정 정도의 개방과 시장원리의 허용은 불가피 한데 그러면서 나의 체재는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핵 없는 한반도에서 경제적으로는 우위인 남한을 지금까지와 같이 제어하고 조종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 나아가 체재우위의 상징과 같은 핵을 포기한 후에 무엇으로 대중을 설득하면서 지속적인 희생과 결속을 강요할 수 있을까. 핵 없는 이웃을 혈맹 중국은 어떻게 대접할까. 앞 서 핵을 포기한 리비아의 카다피는 무슨 점을 고려하지 못했고 나의 경우는 리비아와 어떻게 다르고 그런 불찰을 피할 어떤 방법이 있을까?.

나(측근이나 지배층)의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한민족이나 북조선 인민의 장래와 번영을 위해서 내 한 몸이나 가족 또는 일족은 희생할 각오가 있는가. 나는 변화와 개혁을 추구할 마음이 있는가 아니면 체재순응적인 지금까지의 상태가 내게 이익이 되는가. 핵 없는 상태와 어떻게든 핵을 가진 상태 중 어느 것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고 예측 가능하게 나의 장래가 보장될 수 있을까. 만약 체재가 흔들리거나 무너지면 나는 어떻게 될까. 역지사지로 만약 북이 적화통일 한다면 우리는 현재의 남한 고위 지배계층을 어떻게 처리하게 될까. 미국이나 남한과 적대관계가 없는 세상은 전혀 새로운 세상인데 과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면서 어떤 명분으로 지금까지와 같이 인민 대중에게 희생과 억압을 강요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의 협상 진행과정과 상황으로 보아 북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던지 아니면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핵탄두나 핵개발 능력은 일부라도 계속 보유하는 쪽으로 가면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함과 동시에 그 보다 큰 대가를 얻으려 할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한대로 이런 협상의 경험은 북이 절대적으로 많고 경우의 수도 풍부하다.

앞에서 제시한 생각이나 계산의 틀로 생각해 보면 각자의 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내(우리)가 못한다면 상대방은 말할 것도 없다. 한 가지 더 보탤 조건은 남한이나 미국은 대선이나 총선 또는 중간 선거와 국민 여론이라는 큰 변수가 있어 직간접으로 제약을 받는 반면에 여론을 무시할 수 있고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북은 아무 부담 없이 어떤 방향으로나 행동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전) 부산발전연구원장
(전)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위원
(전)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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