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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대책’ 금융시장 대혼란...당국-은행 ‘불통’에 대출 "스톱"
‘9·13 대책’ 금융시장 대혼란...당국-은행 ‘불통’에 대출 "스톱"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8.09.1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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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창구 현장서 갈팡질팡... 수십~수백 가지 개별 사례 대해 명쾌한 가이드라인 없어

[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 기자] 정부가 발표한 금융부문 9·13 대책이 시장과 충분한 소통을 갖지 못한 반면 내용이 복잡해 일선 대출 창구가 큰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 등 일부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취급을 중단했다. 관련 상품에 대한 세부 지침 등이 확정, 일선 창구에서 대출이 재개되려면 최소 1~2일은 더 걸릴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14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와 무주택세대의 고가주택(공시가격 9억원 초과)과 관련된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는 9·13 대책을 통해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의료비나 교육비 등 생활안정자금 용도로 빌릴 수 있는 주담대 금액을 하향 조정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지역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 포인트 낮추는 방식을 통해서다. 주택 당 연간 1억원의 한도도 설정됐다. 또 무주택자라도 실거주 사실을 입증하지 않으면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 구입용 주담대는 빌릴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각론에서는 수십~수백 가지의 개별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명쾌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이 사전 예고 없이 지난 13일 전격 발표되는 바람에 은행연합회와 당국간의 세부 조율에도 시간이 걸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은행들이 일부 주담대 대출을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부 주택담보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한 것은 금융당국과 은행 간에 이번 대책의 세부 내용과 관련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따라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애꿎은 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어 우려된다.

한 시중은행은 지점에 “생활안정자금과 무주택가구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특약 문구가 확정된 후에야 취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다른 시중은행도 같은 이유로 생활안정자금과 무주택가구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창구에서 신청만 받고 실제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은행들의 전산 시스템 업데이트 작업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대출 중단의 한 요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희망자가 무주택자인지 아닌지, 얼마나 대출이 가능한지 등을 시스템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데 대책이 워낙 급하게 나오다 보니 시스템 업데이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산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은행의 신규 주담대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는 대출 신청 고객의 주장에 의존해 주담대 가능 여부와 한도, 금리를 안내해야 하는데 본인이 다주택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 한도를 소개했더니 ‘당신 믿고 당장 부동산 매매 계약을 진행할테니 책임지라’고 요구해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며 “상담 과정에서 안내하는 한도는 말 그대로 예상치일 뿐이고 실제 한도는 대출 절차를 진행해봐야 알 수 있는데 나중에 ‘한도가 모자라 계약이 깨졌다’고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연합회는 해당 대출 상품에 대한 특약 문구 등 가이드라인을 최종 조율 중이며 명절 전 생활안정자금 등 긴요한 대출이 나갈 수 있도록 이르면 금명간 약식 문구라도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각 은행 전산에 적용하는 데 추가로 시간이 소요돼 빨라야 1∼2일 뒤에나 대출 재개가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해 대출 규제를 받게 된 가구 수는 전국에 2893278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주택 보유 가구(10743492가구)26.9%에 달하는 숫자다. 경기도 거주 가구가 641694가구로 가장 많았고, 서울(52943가구), 경남(208882가구), 부산(202631가구), 경북(179502가구), 인천(154653가구), 대구(135677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이들은 서울 등 규제지역에 집을 추가로 사면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 수를 모두 합하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주택 수의 49.6%에 달하는 720만가구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담당자는 "2주택 이상 다주택 소유주들이 국내 주택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어 정부가 이들을 규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인데, 수치만 놓고 보면 이 같은 판단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다만 부동산 가격은 변수가 많아 눈에 보이는 수치와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책 실효성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을 1채만 갖고 있는 가구도 원칙적으로는 9·13 대책의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규제지역에 집을 구입하려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1주택 보유 가구는 투기와 관계없는 지방의 저렴한 주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에서 큰 고려 대상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용어설명>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 개인이 1년간 갚아야 하는 담보·신용대출 등 모든 부채의 원리금(원금+이자)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연봉 6000만원인 사람이 내는 원리금이 1년에 3000만원이면 DSR50%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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