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석의 금융이야기] 주 52시간 근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가능할까?
[송인석의 금융이야기] 주 52시간 근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가능할까?
  • 송인석
  • 승인 2018.06.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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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있는’ 삶은 커녕 ‘돈없이 저녁 있는 삶’ 될까봐 걱정, 중소기업·저소득 근로자에 부작용 몰려 충격 완화할 대안 필요

[송인석의 금융이야기] 1954년 이승만 정권시절부터 주당 최대 68시간으로 적용되던 법정근로시간을 최대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주 52시간제'가 10일 뒤에 시작된다.

지난 2월28일 국회를 통과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8년 7월1일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 부터 시행된다.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시행 시기는 산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차등 적용한다.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2018년 7월 1일,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법을 적용한다. 다만 주 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1년 7월부터 1년 6개월간(2022년 12월 31일까지) 30인 미만 사업장은 노사 합의를 통해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편,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강행 규정이기 때문에 노사가 합의해도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어기면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미칠 영향은 2004년에 시행돼 전 국민의 생활상을 바꿔놓은 주 5일 근무제와 맞먹을 것으로 본다.

◇ 저녁 ‘있는’ 삶을 통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실현

우리나라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평균 1766시간 대비 연 평균 2069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둘째다. 과로사회의 부작용은 생산성 저하와 일자리 정체다. 노동에서 깨진 균형이 사회 전반의 불황으로 확산된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한 이유다. 여가 시간을 좀 더 보장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일자리 나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의 사회적 효과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최저임금 정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함께 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동력이다. 법의 취지는 좋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저녁 있는 삶은 물론이고 노동환경에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근로환경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일자리도 더 늘어 실업난을 완화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면 최대 18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지만, 현실은 정부의 기대처럼 만만치가 않다. 기업들은 인력 추가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다 구인난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고, 직장인들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실현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휴일근로 폐지 등에 따른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급여 감소를 우려하는 분위기 이다. 자동화나 해외로의 사업이전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 일자리창출 효과도 기대난망이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는 '저녁 있는 삶'을 무색케 할 수 있다.

◇ 주당 최대 근로시간 68시간이 왜 문제 였는가?

현행 근로기준법 50조 1항은 1주 기준 40시간의 근로시간을 제한해두고 노사가 합의하면 1주 기준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법정 최장 근로시간은 52시간이다. 그런데 '1주'의 개념이 뭐냐,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1주를 월~금'으로 해석한다. 즉 5일간 52시간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지침이었다. 이렇게 해석하면, 토, 일요일에 근무하는 경우에는 1주에 포함이 안 된다. 그래서 하루당 8시간씩 근무를 더 해도 법적 문제가 없게 되며 이건 1주에 포함이 안 되고 근로기준법 50조2항에 따라서 토요일 8시간, 일요일 8시간까지 늘어난다. 그러니까 법은 52시간으로 제한했는데, 노동부가 행정해석 하기를 68시간까지 늘린 상황이었던 것이다. 즉, 현재 주 68시간은 고용노동부가 주 단위를 ‘평일 5일’로만 해석하고, 토·일요일은 법정근로시간 계산에서 제외해 휴일 근로로 각 8시간씩 더함에 따른 것이다.

지난 대선시 심상정후보 와 문재인후보가 이런 유권해석을 도대체 어느 정부에서 시작했느냐, 김대중 정부냐, 이명박 정부냐 논쟁을 벌이기도 했었던 것인데 둘 다 사실이 아니고 더 오래된 문제였다. 무려 64년 전인 1954년 이승만 정부의 노동부가 '1주에 휴일은 제외된다'는 행정해석을 내렸던 것이고 이 해석의 문제점이 현재까지 방치되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일주일은 7일’이라는 내용을 명시하면서 주 최대 근로시간이 현재 68시간(평일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에서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16시간이 줄어들었다. 이제 다음달 1일부터는 종업원 300인 이상인 사업장 과 공공기관은 주52시간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되며,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시행되는 2021년 7월 이후엔 전체 노동자의 80%가 넘는 1384만 명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 ‘저녁 있는 삶’은 좋은데 ‘돈없이 저녁 있는 삶’은 더 고통

√ 중소기업·저소득 근로자에 부작용 몰려 충격 완화할 대안 필요

주 52시간 근로제를 바라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용주와 근로자의 시선은 4인 4색이다. 노동자 개인과 사회 전반에 몰아칠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누군가에겐 삶의 질을 높여주는 선물이겠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오히려 삶을 더 팍팍하게 해줄지 모르는 양날의 칼 같다.

정부는 ‘워라밸’이라거나 ‘저녁이 있는 삶’ 또는 ‘가정이 있는 삶’ 등 장밋빛 미래로 ‘일자리 와 소득 나누기’라는 본질을 가리고 있지만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한숨이 깊다. 초과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수당을 덜 받게 되기 때문이다. 현행 법률이 허용하고 있는 주당 근로시간은 표준 근로 40시간에 야간 근로 12시간과 휴일 근로 16시간을 더해 총 68시간이다. 그러나 개정 법률은 휴일 근로 16시간을 인정하지 않는다. 52시간을 초과하는 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처럼 수당 감소분을 보전할 수 있게 협상을 대신해 줄 든든한 노동조합도 없다. 급여가 줄어들어 겪게 될 생계 부담은 온전히 근로자와 가족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돈 없이 저녁 있는 삶’은 더 고통스럽다. 가뜩이나 대기업 근로자의 처우에 한참 못 미치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중소기업 고용주는 비용 늘고, 근로자는 임금 감소

특히 초과근로와 휴일근로로 받는 수당이 급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타격이 크다. 경기도 안산의 산업단지에 있는 플라스틱 성형업체 K사장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해 계산해 보니 직원들의 임금이 3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주 68시간을 꽉 채워 월 360만원을 받는 30대 후반 근로자가 제도 시행 후 받는 월급은 248만원으로 10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영업직 사원과 같이 외근이 많아 시간 외 근무시간을 일일이 측정하기 어려운 근로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연봉을 책정할 때 주 68시간을 기준으로 수당을 고정적으로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최대 52시간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임금이 크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철회해 달라는 청원이 수십 개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최저 시급이 올라 상여금도 안 주려고 하는 마당에 단축 근무까지 시행되면 생산직은 바로 소득에 직격탄을 맞는다. 저녁 있는 삶은 커녕 ‘돈없이 저녁 있는 삶’은 더 고통스럽기 때문에 투잡을 뛰어야 할 상황이다”고 했다.

임금 감소로 인한 가계수입 감소 부담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월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주당 52시간 이상 일하는 제조업 종사자들이 야근과 특근 등의 초과근로로 받는 수당은 월 88만4000원. 보고서의 시뮬레이션 결과 앞으로 52시간 단축 근무가 시행되면 제조업 종사자의 초과근로가 현재 평균 21.4시간에서 9.4시간으로 12시간 줄어들었다.

이를 토대로 한 수입 감소분은 현재 평균 월급 296만3000원에서 257만5000원으로, 감소율은 13.1%에 달한다.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이 중소기업의 고용주와 근로자에게 집중될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통계도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 연구보고서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연간 12조3000억원의 노동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추가 비용 중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부담액은 전체의 70%인 8조6000억원에 달한다. 자본이 여유롭지 못한 중소기업 입장에선 임금을 삭감하거나 채용을 줄여 비용 증가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최선책일 수밖에 없다.

√ 주 52시간 근로 시대 직장인 화두는 ‘투잡’

직장인들 사이에서 투잡이 화두로 떠올랐다고 한다. 제조업 종사자 A씨는 “강제 잔업보다 자발적 잔업이 대부분이고 잔업 없으면 잔업 있는 회사로 옮기기까지 하는데 정부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 주 40시간 근무하고 200만 원을 받는 사람이 주 60시간 일하면 350만 원이다. 잔업은 1.5배, 특근은 2배 시급이니까.

그래서 아이 키우는 가장들은 서로 잔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며 “금수저가 아닌 한 근로시간 줄면 투잡이라도 뛰어야 한다”고 했다. 주 52시간 법정근로 시행에 따라 ‘워라벨’(일·가정 양립)을 중시하는 대기업 직원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직원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기업 직원들은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저녁이 있는 삶을 찾을 수 있다며 반기고 있다.

반면 근로시간 단축이 직원 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중소기업 직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으며 아울러 연장 근로수당이 줄면서 임금 감소로 인한 생계비를 걱정해야 한다고 우려한다. 결국 저임금 중소기업 직원들은 저녁 있는 삶은 커녕 ‘돈없이 저녁 있는 삶’이 더 고통스럽기 때문에 투잡을 뛰어야 할 상황이다. 야근과 휴일근무로 버는 돈이 상당하니 당장 줄어든 월급통장을 채우는 방법은 투잡뿐이니 말이다.

애초 최저임금이 두 배 가까이 오르지 않는다면 ‘워라밸’은 실현 불가능하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는 대신에 ‘알바’를 뛰어야하니 말이다. 문제는 투잡 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알바 자리가 갈수록 줄어가는 상황에서 저임금 중소기업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알바는 고작 대리운전, 야간술집 서빙보조, 편의점 야간근무 등이다. 그래선지 “저녁 있는 삶은 고사하고 밤도 없는 삶이 될 판”이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야식은 김밥 한 줄 아니면 빵 한 쪼가리다.

직장인의 삶을 바꿀 것이라던 주5일근무제도 노동시간을 줄이지는 못했다. 2016년 4월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주5일제의 본격 도입 이후 오히려 노동시간은 1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감소에 대응해 야근과 특근을 늘린 것이다. 이제 주 52시간 근무제로 야근과 특근이 사라지면 투잡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게 그냥 나온 말이 아닌 셈이다.

◇ 일자리 늘어난다지만 실제 효과는 양극화 심화 우려

정부가 내세우는 근로시간 단축의 대표 효과는 일자리 창출이다.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희망적인 전망”이다. 기업들의 고민은 인력을 더 늘리지 않고 생산성을 유지하는데 집중돼 있다. 자동화 설비가 대체하거나 아예 외주 업체 용역을 통해 충당하는 식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중소기업과 영세업체는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반면 임금 감소로 중저소득 근로자의 생활 수준 악화가 우려된다.

물론 52시간 단축에 고마워할 근로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포괄임금제로 인해 공짜 야근을 해야하는 상당수의 근로자들에게는 불법적인 무임 노동을 원천봉쇄하는

고마운 제도다. 하지만 이 문제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법규 준수를 엄정하게 감시하고 단죄하면 해결될 일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본이 여유롭지 못한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차라리 생산을 줄이면 줄였지 고용을 늘릴 회사는 없다는 게 문제다.

근로시간 단축이 대기업 직원들에게만 유리한 반쪽짜리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양극화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실효성 있는 영세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하여 모든 근로자가 ‘저녁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 6개월간 계도 기간· 처벌유예 기간 중 부작용 완화할 대안 마련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10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책에 대한 홍보와 정확한 가이드가 미흡해 준비가 미흡한 기업이 많아 상당한 잡음이 예상되는 가운데 20일 오전 당정청은 다음달 1일 실시되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 연착륙을 위해 행정지도 감독은 처벌보다는 계도 중심으로 하고 금년 말까지 6개월간 계도 기간·처벌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박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아울러 당정청은 중소·중견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 건설업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업장 및 업종을 중심으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업종별 특징을 반영한 노동시간 단축방안도 마련키로 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축인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연착륙시키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향후 6개월 계도기간 동안 부작용을 완화할 철저한 준비 와 영세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책 등 대책마련을 통해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시 근로소득 감소에 따른 알바 투잡에 뛰어들어 ‘밤도 없는 삶’을 걱정하고 있는 중소기업·저소득 근로자에게도 ‘저녁 있는 삶’을 통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소개

송인석 (issong958@naver.com)

금융소비자뉴스 고문/논설위원

(전) 오케이저축은행 전무이사

(전) 하나저축은행 전무이사

(전)SC제일은행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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