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주식매각과 관련, 보험업감독규정을 손질해 주식 처분을 강제하는 ‘카드’를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주식을 매각하는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삼성 ‘봐주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최 위원장은 정책의 일관성유지나 시가평가에 의한 강제매각으로 삼성전자 매물이 일시에 대량으로 쏟아져 증시가 출렁거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이 규정을 손질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최 위원장은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청년 창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주식 등 보험사가 취득한 주식을 평가할 때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문제를 보험업 감독 규정으로 바꿀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보험업 감독 규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여권 일각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인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주식을 취득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해 한도초과분을 매각토록하는 방안에 대해 최 위원장은 이 방안을 검토할 생각이 없음을 확실하게 못 박았다.
최 위원장은 이 간담회에서 전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블록딜을 통해 각각 1조1245억원( 2298만주)과 1958억원(401만주)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 "공시한대로 금산법 위배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측에서도 국제회계기준이나 신지급여력 제도,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검토하겠다고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이번 삼성전자주 블록딜을 통해 금융산업구조개선법 리스크를 해소했다. 즉 금산법상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 1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연내 계획 중인 자사주 소각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이 10.45%로 상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블록딜로 인해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더라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은 10%를 넘지 않게 됐다.
삼성생명은 이번 블록딜로 삼성전자주보유에서 발생한 문제 해결에서 아주 작은 산은 넘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보유삼성전자주식을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이라는 더 큰 산을 넘어야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국회 계류 중인 해당 보험업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법이 통과된다면 18조원에 달하는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경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로서 갖던 회사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보험업법 개정시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일까. 보험업법 제106조(자산운용의 방법 및 비율)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대주주 및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주식소유 합계액을 일반계정의 경우 자기자본의 60%로 제한하고 있다. 만약 자기자본의 60% 금액이 총자산의 3%보다 큰 경우 총자산의 3%에 맞추도록 했다. 문제는 국회에 발의돼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보험회사의 보유주식 평가를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데 있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지난 3월 말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257조8,009억원으로 이 중 3%는 약 7조7340억원이다. 현행처럼 삼성전자의 주식을 취득 원가로 계산하면 문제가 없지만 시가로 평가할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는 25조1537만원(30일 종가 기준) 규모가 돼 18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수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통과시 삼성생명은 17조8,0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당 간의 이견으로 보험업법 개정안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는지는 불투명하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는 삼성생명은 시가평가에 의한 천문학적규모의 삼성전자주식을 매각하지 않아도 돼 삼성전자의 대주주 위치가 흔들리는 일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재벌개혁이나 금융개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묻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재인 정권의 금융수장인 최 위원장으로서는 이 개혁과제를 서둘러 매듭지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최 위원장은 이 문제에 결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고 꽁무니를 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발언에 앞서 최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국회서 얘기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충격 등을 감안할 때 단순하게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거듭 밝혔다.
최 위원장이 표면적으로는 그 이유를 증시영향, 정책의 일관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개혁의지를 의심케하는 소극적인 자세는 이미 '삼성논리'에 기울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