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회장은 ‘모피아의 무덤’..김광수는 살아남을까
농협금융회장은 ‘모피아의 무덤’..김광수는 살아남을까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4.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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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취임 예정..돌고돌아 꿰찬 자리서 김병관 중앙회장과 ‘한판승부’ 넘어야 ‘장수’ 가능할 듯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농협금융지주는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인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새 회장의 임기는 오는 29일부터 2년간이다. 김 신임 회장의 취임식은 30일 농협금융 본점에서 열린다.

김 신임 회장은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재정경제부 국세조세과장, 금융정책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엘리트 관료에서 비리 의혹 공무원으로 추락, 대법원 무죄 판결로 공무원으로 복직, 다시 야인으로, 그리고 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금의환향’하게 된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영화적 인생역정 김광수 회장, 농협금융 경영 외에도 중앙회와의 호흡도 맞춰야 하는 부담 많아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삶은 흡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인생역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KB-하나-신한 등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다른 금융지주 회장과 많이 다르다. 본업인 농협금융지주를 경영하는 한편 중앙회와의 호흡도 맞춰야 하는 부담이 많다. 그동안 많은 인물이 도전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흑역사'가 존재한다.

농협금융 출범 이후 첫 회장을 맡은 신충식 전 회장은 ‘회장·행장 분리’를 주장하며 출범 100일만에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2대 회장인 신동규 전 회장 역시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현 구조로는 누가 와도 힘들다”며 회장직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사퇴했다. 3대 회장인 임종룡 전 회장은 임기중에 금융위원장 임명에 따라 자리를 옮겨갔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회장을 ‘모피아의 무덤’으로 부르는 이유다. 따라서 모피아 에이스인 김광수는 살아남을 것인가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역대 농협금융 회장들의 잇단 사퇴는 농협중앙회장과의 권력투쟁 또는 위상정립에 실패한 영향이 크다. 지배구조를 뜯어보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강력한 통제 하에 정·관계 출신 인사들이 회장과 등기임원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임기 1년을 남기고 전격 사퇴한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경영 간섭을 사퇴의 이유로 밝혔다. 그는 당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지나친 경영 간섭에 사의를 굳혔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는 경영전략 수립, 인사, 예산, 조직 등에서 모두 농협중앙회와 부딪치는 구조다. 그래서 농협금융회장이면서도 소신껏 일을 하지 못하고 항상 윗전에 농협중앙회장이라는 ‘상왕’을 모시고 일했다는 푸념이다.

농협법에는 중앙회가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따라서 농협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도·감독'의 범위를 놓고 충돌의 소지가 많다. 농협중앙회가 법에 따라 지주사는 물론 농협은행과 농협 생·손보까지 지도·감독한다는 것이지만, 농협금융지주로서는 사실상 ‘경영간섭’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신동규 전 회장은이 사퇴 직전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있고, (나는)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한계가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는 후문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림부 시각서 금융 다루려는 반면 금융위 쪽 입장인 농협금융 회장과 갈등 구조

농협중앙회장은 투표로 선출된다, 사실상 정치인이다. 결국 농협금융회장은 정치인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자회사 대표나 다름이 없다. 또한 농협중앙회장은 주무부처인 농림부 시각에서 금융을 다루려고 한다. 반면 금융위쪽 입장인 농협금융지주 회장과는 업무상 갈등하고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광수 농협금융회장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의 관계가 주목된다. 농협중앙회장은 전통적으로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선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김병관 회장이 이번 농협금융회장 인선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많다. 그가 스스로 관여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외적 요인에 의해 차단된 것인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김병원 회장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광주농고와 광주대를 졸업했다. 1999년 남평농협 조합장을 시작으로 농협중앙회 이사, NH무역 대표이사, 농협양곡 대표이사 등을 거친 정통 농협맨이다. 2016년 3월 농협중앙회장으로 취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3명의 후보 중 김 전 원장만 호남출신이란 공통점이 있을 뿐 김병원 회장과의 연관성이 거의 없다"면서 "김광수 회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인사가 있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유력 후보로 꼽혔다는 점에서 '호남출신'이란 연결고리만 갖고 김병원 회장과 연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김광수 회장은 그동안 ‘돌고돌아’ 꿰찬 농협금융지주 수장 자리에서 ‘장수’하려면 자연스럽게 김병관 농협중앙회장과 ‘한판 승부’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들은 상전이던 농협중앙회장과의 ‘실력대결’에서 번번히 패퇴한 끝에 중도하차하거나 '분루(憤淚)'를 삼켰다.

농협 조직 관료적인 색채 강해..신동규 전 회장은 사퇴 때 "밖에서 온 사람은 동화하기 어려운 문화"

농협 조직은 아직도 관료적인 색채가 강하다. 신동규 전 회장은 사퇴 때 "밖에서 온 사람은 동화하기 어려운 문화"라며 "농협은 조합이라 그런지 약간 사회주의적인 문화가 있다.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걸 잘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광수 회장은 이헌재 경제부총리 시절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으로 김석동 당시 금융정책국장과 함께 이른바 '금정라인'을 형성,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주요 인물로 부상했다. 하지만 2011년 6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뇌물수수 공무원'으로 전락했다. 당시 그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부정한 청탁과 함께 4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해 열린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공직에서도 파면됐다.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2013년 1월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그해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그는 무죄 확정판결을 근거로 안전행정부로부터 복직 결정을 받고 금융위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를 증권선물위원으로 영입하려는 금융위의 행보에 청와대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또 당시 조준희 기업은행장 후임으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낙하산 논란' 끝에 기업은행장행(行)도 무산됐다. 결국 복직 6개월 만인 2014년 5월 사표를 내고 법무법인 율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광수 회장은 공직에 있을 때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선후배 사이에 신망도 두터웠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검찰 수사 당시에도 그가 저축은행 비리에 관여할 만한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무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후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동정여론이 광범위하게 나오기도 했다.

농협금융회장에 선임에 김병원 회장 영향력 행사할 틈 없었던 듯..조만간 김광수 회장과 '일합' 불가피

김광수 회장을 포함해서 이번 농협금융회장 후보로 오른 김용환 현 회장이나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3명은 모두 모피아 출신이다. 친정인 정부의 입김 외에도 저마다 연줄을 동원해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나 권력실세들의 후원을 강하게 받는 모피아 출신 인사를 선임한 탓에 김병원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틈이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대로 지난 해 말부터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김병원 회장이 영향력을 애써 행사하지 않은 것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어떤 인선과정을 거쳤더라도 김병원-김광수 두 회장이 조만간 '일합'을 겨루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모피아출신으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마당발’ 김광수 회장이 특유의 업무능력과 친화력, 그리고 정치력을 살려서 농협금융지주에서 장수할 것인지 단명할 것인 지를 경제부처와 금융권에서 흥미로운 눈초리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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