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된 금융실명제..최종구와 금융위는 ‘삼성 장학생(?)’
'누더기'된 금융실명제..최종구와 금융위는 ‘삼성 장학생(?)’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8.03.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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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찾겠다던 이건희 차명계좌 찾았어도 금융위에 비난 봇물..증권사 보고도 허위로 드러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 기자] 그동안 줄곧 찾지 못하겠다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돈을 국민과 여론의 성화 속에서 금융당국이 이제야 찾아냈다.

숨겨진 돈을 찾았으니 박수라도 쳐야 하지만 국민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이번 조사를 통해 지난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 야심차게 시행된 금융실명제가 사실상 '누더기'가 되고 말았으며, 석달 전 관련 자료가 없다는 증권사의 보고는 허위임이 드러난 탓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금융당국이다. 그동안 약속이나 한 듯이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감싸다가 궁지에 빠지면 말을 바꾸고 은근슬쩍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에 이골이 났기 때문이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시행일 기준 이 회장 차명 계좌 자산 총액 자료는 별도 데이터베이스 등에 보관돼 있었다. 다만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보고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원승연 부원장 "(차명계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송구" 뒤늦게 고개 숙여

금감원은 다른 3곳 증권사의 매매거래내역 등은 확보했지만, 삼성증권의 4개 계좌에 대해선 실명제 실시 이후 거래내역 자료가 일부 존재하지 않아 계좌별 보유 자산 세부 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1주일 간 조사를 더 이어가기로 했다.

김도인 부원장보는 "실명제 이후 일정 거래 내역이 없는 데 그 이유는 추가 검사 과정에서 밝혀야할 부분이자 숙제"라고 말했다. 이건희 차명 계좌 검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원승연 부원장은 차명계좌와 관련,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이 회장의 차명 계좌에 대해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던 금융당국의 커다란 입장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들어있던 자산 61억8천만원이 확인돼 과징금이 부과된다. 멀게는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지 25년, 가까이는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수사로 이 회장의 차명 계좌가 세상에 드러난 지 10년이 흘렀다.

약 석 달 전만해도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있는 4개 증권사는 관련 자료가 삭제됐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2008년 삼성 특검과 최근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가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시행되기 이전에 계설된 차명계좌는 27개다. 실명제 이후 만들어진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1202개다.

논란이 지속되자, 금융위는 금융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차명 계좌에 대해서만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금융위의 주장과 180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금융실명제 시행 뒤 두달 간의 자진 신고 기간 중 자금의 실소유주가 아닌 타인의 실지명의(실명)로 전환한 차명 계좌에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삼성, 1199개 차명계좌에 들어 있던 4조5천억 벌금과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찾아가

금융실명법 부칙에는 실명제 이전 차명계좌에 대해 원금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할 수 있게 돼 있다.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에 대해선 이자, 배당 소득에 대한 90% 중과세가 가능하다. 이 법제처의 해석 결과를 토대로 금융당국은 TF를 구성해 지난 달 19일부터 2주간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 27개 계좌에 대해 특별 검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해당 증권사들은 지난해 11월 금감원 검사에서 해당 계좌들의 원장(元帳·자산이나 부채, 자본의 상태를 표시하는 모든 계정계좌를 설정해 거래를 전부 기록하는 장부)을 모두 폐기했다고 보고했다. 금융위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시늉'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지난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에 의해 확인된 1199개 차명계좌에 들어 있던 4조5천억원대의 돈을 삼성이 벌금과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찾아간 사실을 밝혀졌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그를 막아선 것은 삼성이 아니라 금융위원회였다. 금융위는 삼성이 세금을 내지 않고 돈을 찾아간 것은 합법적이라면서 오히려 삼성 편을 들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금융실명제에 따르면 비실명 자산에 대해서는 예금 금액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하고, 원금에 대한 이자나 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90%의 차등과세를 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런데 금융위는 삼성 차명계좌는 가명이 아니기에 과징금 징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위는 그러면서 1997년 대법원 판결(96도 3377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그 판결에서도 2명의 소수 보충의견에서 그런 주장을 했을 뿐이고, 나중에 보니까 1998년 대법원 판결(98다 12027 대법원 판결)에서는 차명계좌도 실명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더라. 더구나 1999년에 금융위가 만든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에서도 차명계좌는 차등과세를 한다고 해석해 놓았더라. 그런데도 그들은 삼성을 감쌌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 이건희 차명계좌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행차 뒤 나발’처럼 호들갑 떠는 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금융실명제 제도개선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탈법 목적의 차명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1993년 8월12일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도 과징금 부과를 할 수 있도록 '금융실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으로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만들어진 차명계좌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이후 개설된 계좌를 활용한 탈법 목적의 차명 금융거래가 발생하면 이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겠다는 얘기다.

한 금융전문가는 “금융당국이 그동안 이 회장 차명계좌 문제를 놓고 손을 놓고 있다가 이것이 사회문제화하자 뒤늦게 ‘행차 뒤 나발’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꼴”이라며 “현재에도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 등 탈법행위 목적의 금융거래에 대해서 형사처벌은 가능한데 금융당국이 그동안 금융실명제를 스스로 누더기를 만들고 ‘삼성장학생’을 자처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비난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하지 않은 것은 1997년도 대법원 판결의 보충의견을 동원해 이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고의적으로 잘못 해석한 금융위의 유권해석 때문"이라며 "금융위는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과징금과 세금 징수한 은행의 처분이 맞는다고 명시한 1998년도 대법원 판결은 알면서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금융위의 잘못된 유권해석은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지배하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준 금융적폐행위이자, 노골적인 정경유착 행위"라며 "이 회장은 금융위의 엄청난 부당해석 덕분에 삼성생명 제1대 주주가 됐다. 이 유권해석이 없었으면 이건희는 2조가 넘는 세금과 과징금을 내야 했고, 삼성생명에 대한 압도적 지배를 실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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