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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회 대신 부금회 '망령'..KB금융, 親盧 인사 부회장 영입
서금회 대신 부금회 '망령'..KB금융, 親盧 인사 부회장 영입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12.2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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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위원장·부산 출신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 내정..외압에 '무릎'꿇은 윤종규 KB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 기자] 지난 박근혜 정권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망령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는 부금회(부산출신 금융인 모임)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가.

KB금융지주는 20일 “계열사인 KB부동산신탁에 비은행 부문 강화 등을 위한 자문 역할을 위해 부회장직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이 KB부동산신탁에 부회장직을 신설한 것을 놓고 정권과 가까운 ‘낙하산 인사’를 위한 자리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KB금융에서 부회장을 두는 일은 극히 이례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회장이 정치권의 외압에 사실상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2008년 지주사를 설립한 이래 2010년 김중회 전 KB금융지주 사장을 KB자산운용 부회장으로 영입한 이후 두 번째로 이번에 KB부동산신탁에 부회장직을 새로 만들었다.

유력 부회장 후보인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

문제는 이 자리에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전 사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다. 김 전 사장은 1951년 경남 사천 출생으로 1970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2003년 검사부장, 2004년 11월 HR그룹 부행장 등을 지냈다.

특히 노조위원장 출신에다 부산 출신 금융인이어서 지난 9월 그룹 회장 선임과정에서 정치권과 노조를 등에 업고 급부상했던 인물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몸담기도 했으며 지점장 시절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금융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이 퇴임한 지 8년 된 전임 사장을 임원인사를 통해 ‘자문역 부회장’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옥상옥(屋上屋)’ 형태에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인사란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그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기에 앞서 경쟁후보로 거론되며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쪽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던 인사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박홍배 위원장은 “비정상적인 조직개편을 통한 인사가 케이비금융과 국민에게 무슨 이익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김 전 사장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철저하게 외풍을 막아내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KB가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면서 행장은 외부에서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내부 출신인 허인 국민은행장이 선임됐다.

김영일 전 KB국민은행 부행장-김옥찬 전 KB금융 사장도 또 다른 게열사 부회장 후보로 거론

다만 이 과정에서 KB 이사회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인선을 진행했고 그 이유로 당국과 정치권의 견제가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경찰이 노조 선거개입을 이유로 국민은행을 두 차례 압수수색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이에 대해 KB금융 측은 "부회장직 신설은 계열사인 부동산신탁에 비은행 부문 강화 등을 위한 자문 역할"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김영일 전 KB국민은행 부행장과 김옥찬 전 KB금융 사장도 또 다른 계열사의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영일 전 부행장은 과거 주택은행에 입행했으며 국민은행 전략기획본부장과 부행장(CIO)을 거쳤다. 고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재임 기간 당시 부행장이었던 윤종규 회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으며, 국민·주택 통합 과정에서도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김 전 행장 퇴진에 즈음해 국민은행을 떠난 뒤 나이스정보통신 대표, SC제일은행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김옥찬 전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옛 국민은행에 입행해 재무관리본부장, 재무관리그룹 부행장,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을 거쳐 국민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후 1년간 SGI서울보증 사장으로 일했지만 2015년 10월 KB금융 사장으로 복귀한 뒤 은행장을 겸하던 윤종규 회장을 도와 손해보험업 강화와 증권사 인수·합병 등에 힘을 보탰다. 지난 11월달 임기만료로 물러났다.

신설 부회장이 자리 잡게 될 계열사는 대표이사(CEO) 직할 체제로 자율경영을 보장한다. 단 세 곳의 부회장은 각 계열사에서 비은행부문 강화와 그룹 시너지 확대 등을 위한 자문 역할 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최근 연일 하나-KB금융 등을 대상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수술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지만 KB금융 인사에서는 오히려 정권과 가까운 OB인사를 부회장에 앉히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종구-최흥식은 '셀프 연임' 비판..'정치권-노조와 친한 ‘올드맨’ 온다면  사실상 '관치'나 다름 없어"

한 금융권 인사는 “KB금융이 부회장직을 새로 만들고 현 정권이나 노조와 가까운 인사를 영입하려는 것에 대해 금융지주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을 막기 위한 포석일 수 도 있다”고 풀이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금융지주들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부금회(부산출신 금융인 모임)’ ‘문캠 출신’ 논란을 부를 인사가 없던 직제를 신설해 복귀하는 데 대해 논란과 반발이 일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의 이른바 '셀프 연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3일 간담회에서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CEO 승계 프로그램을 규범화해야 하지만 충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와 최고경영자(CEO) 승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정치권 및 노조와 친밀한 ‘올드맨’이 컴백한다면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사실상 관치나 비슷한 사례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회장직이 맡겨진 고문 역할만 충실히 수행한다면 그룹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겠지만 부회장이 정치권을 등에 업고 직무를 벗어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룹 내 갈등이 불거지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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