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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까지 간 금감원, 이번엔 간부가 금융회사 직원에 수억 빌리고 안갚아
'막장'까지 간 금감원, 이번엔 간부가 금융회사 직원에 수억 빌리고 안갚아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7.10.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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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감] '비리복마전' 집중포화..금감원 임원, 퇴직 4개월 만에 K뱅크 사외이사 가기도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지난해 채용비리 혐의로 쑥밭이 된 금융감독원(원장 최흥식/사진)에서 이번엔 팀장급 간부 2명이 금융회사 직원들에게 거액을 빌린 사실이 적발돼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기관인 금감원의 권위와 위상이 송두리째 뿌리가 뽑힐 위기에 처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표(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금융민원실 생명보험 담당 A팀장은 생명보험사 직원 5명과 부하 직원 8명으로부터 3천만 원을 빌린 뒤 일부를 갚지 않아 금감원 감찰팀에 적발됐다.

적발 당시 이 팀장은 생보사 외에 금융사 직원들과 금감원 내 다른 부서 직원 78명으로부터 2억1천100만 원을 빌린 뒤 6천200만 원을 갚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1억9천만 원을 골프티칭 프로 자격취득을 위해 사용했고, 부동산 투자손실을 메우는데 8천만 원, 차량 구입을 위해 8천만 원, 자녀교육비로 3천만 원을 사용하는 등 빌린 돈을 모두 탕진했다.

금감원 감찰팀은 A팀장이 금융사 직원들에 돈을 먼저 요구한 점, 금융사 직원들도 사실상 편익을 기대하고 빌려준 점 등을 징계사유로 인정하고 당초 정직 3개월의 징계안을 올렸지만, 인사윤리위원회에서 정직 1개월로 징계수위가 낮아졌다.

그는 징계를 받은 뒤 바로 퇴직했다. 같은 해 10월 손해보험국 B팀장은 손해보험사 등 금융사 직원과 금감원 동료직원들에게 1억7천600만 원을 빌린 뒤 8천500만 원을 갚지 않아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 인사윤리위원회는 돈을 빌린 사유가 자녀유학비 조달인 점을 감안,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그는 이후 일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한표 의원은 "우월한 지위를 가진 금감원 간부들이 감독대상 금융사 직원들에게 먼저 돈을 빌려달라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며 "특단의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17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채용특혜와 주식차명거래 등 금감원의 비리에 대한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로 국민적 공분이 거센데 분노를 넘어 참담하다"(심상정 정의당 의원) "금감원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나. 감사원 지적을 받기까지 아무런 일 없다는 듯 운영돼 왔다"(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은행의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내부문건을 공개하며 금융감독원 직원 자녀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공개된 문건에는 '금융감독원 이○○부원장(보) 요청', '금융감독원 요청'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심 의원은 "이 문건을 보는 취준생들과 빽 못 써주는 부모님들은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심정일 것"이라면서 "금감원 조사는 물론 위법사실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비리에 대한 집중추궁도 이어졌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임직원 주식거래를 포함해 취업부정과 관련해 내부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사유가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내놓은 금감원 기관운영감사 결과, 지난해 금감원 채용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인원을 늘리거나 서울지역 대학 출신을 지방인재 전형으로 둔갑해 뽑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채용비리에 수석부원장과 국장, 팀장급 등도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아 검찰의 압수수색도 두 차례 진행됐다.

금감원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 지적됐다. 금감원은 주식거래, 음주운전, 차명계좌 등 2014년 이후 52건의 위법, 부당행위가 드러나 13명의 직원에 대해 문책과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는 게 지난달 감사 결과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 양심선언을 적어도 누군가 했으면 이런일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 집단 모두가 감사원 지적을 받기까지 아무일 없다는 듯 운영돼 왔다"고 꼬집었다.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신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비리 논란에 대한 사과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최 원장은 "최근 채용업무 부담 처리 등 감독당국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해 매우 송구스럽다. 인사와 조직문화 혁신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채용 투명성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최 원장은 "서류전형부터 최종면접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등 채용업무 전반의 공정성을 대폭 강화하고 임직원의 주식매매 내부규율을 엄격히 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 출신 인사가 퇴직 후 4개월 만에 케이뱅크 사외이사로 취업한 것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흥식 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원래 사외이사 취지와는 맞지 않게 간 것 같다"고 답했다.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담당 부원장보를 역임한 오순명 씨는 지난해 5월 퇴직 후 4개월 만에 케이뱅크 사외이사직을 맡았다.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사인 우리은행 본부장 출신이기도 하다. 당시 케이뱅크가 인가를 받지 않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승인도 거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금감원에서는 케이뱅크가 인가 전 기관이라 심사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며 편법으로 얘기하고 있다"며 "외부에서 볼 때 감독 기관인 금감원이 무사안일주의로 일을 하고 있다는 뼈저린 지적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 원장은 "충분히 부적합했다고 생각한다"며 "타당하지 못하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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