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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회장-이동걸과 이동걸
산은 회장-이동걸과 이동걸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7.09.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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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산은 회장 '불운 징크스'..학자출신 한계 극복여부 관심

[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 기자] “이동걸? 어느 이동걸이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일 신임 산업은행 회장으로 전임자와 동명이인인 이동걸(64/사진 왼쪽)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를 임명 제청하자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면서 반문했다. 공교롭게도 이 내정자는 전임 이동걸 회장과 '동명이인'이다. 심지어 이름 석 자의 한자 뜻풀이까지 같다. 산업은행이 이동걸 회장을 보내고, 이동걸 회장을 맞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동걸 내정자가 차기 산업은행 회장으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금융권에선 "소문이 맞는다면 산은 회장 명함과 집무실 명패는 그대로 써도 되는 것 아니냐" 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

신임 산은 회장과 전임 회장은 공교롭게도 동명이인이다. 한자로는 마지막 글자만 다른데 전임 회장은 '李東杰'로, 신임 회장 내정자는 '李東傑'로 쓴다. 금융당국과 산은 내부에선 구분을 위해 '구걸'과 '신걸'로 통용된다. 두 사람은 한자까지도 똑같지만, 이름의 끝 자인 '빼어날 걸'을 표기하는 글자만 다르다. 이동걸 내정자는 일반 한자(傑)를, 이동걸 회장은 간자체(杰)를 쓴다.

경영이나 업무 스타일도 상반된다는 평가가 많다. 이동걸 전 회장은 은행업계 출신으로 증권회사(굿모닝신한증권 사장,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CEO를 지내 '유연성'이 강점으로 꼽혔다. 박근혜 정부 때 선임돼 비록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지만 대우조선해양 등 산적한 구조조정 현안을 무리 없이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동걸 새 내정자는 한국금융연구원장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진보 성향의 금융경제학자로 재벌개혁과 금산분리 등에 소신 있는 '원칙주의자'로 불린다. 새 정부가 이 내정자를 애초에 금융위원장 후보 명단에도 올려놨던 이유도 아마 금융개혁에 대한 그의 소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초대 산은 회장에 교수 출신이 내정되면서 산은이 이른바 '교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근혜 정권에서 산은을 이끈 홍기택 전 회장이 교수 출신으로, 전 정부 금융권 인사의 대표적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탓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 해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산은 회장 재직 시절 대우조선해양 부실 책임을 정부에 돌리는 내용의 발언을 한 뒤 논란이 되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취임 4개월 만에 돌연 휴직하고 잠적했다. 부총재 자리는 한국이 4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얻어낸 자리다. 한국정부 추천으로 임명된 홍 전 회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나면서 한국은 어이없게도 AIIB 부총재 자리를 상실하고 말았다.

국책은행인 산은회장 자리는 중요하다. 역대 산은 수장 자리는 은행권 인사나 정통 관료 출신이 도맡아 왔다. 교수 출신은 36대 홍 전 총재를 제외하면 12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이정환 전 재무부 장관 정도다. 관료출신이건 내부출신이든 업무를 잘하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학자출신 트라우마가 있는 것은 적지 않은 역대 산은회장이 검찰수사를 받았거나 옥고를 치렀기 때문이다. 

유달리 정치바람을 많이 타는 바람에 재임 중은 물론 퇴임 후에도 '유탄'을 맞은 사례가 많다. 산은 회장(예전엔 총재)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난의 시작이었다. 이근영·정건용·김창록 등 역대 총재가 줄줄이 불명예 퇴진을 한 바 있다. 민영화 중책을 안고 부임한 민유성 총재는는 `리먼 5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동걸 새 내정자는 정책금융의 역할 재정립과 구조조정 현안 해결이란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 목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혁신·창업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성공적인 구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 '재벌 칼잡이' 역할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동걸 내정자가 학자출신 산은회장이라는 징크스를 깨고, 동명이인인 전임 회장과 어떻게 다른 '리더십'을 보여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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